일본 정부가 어제 중앙은행(BOJ·일본은행) 신임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 교수(교리쓰여대)를 지명했다.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후임이다. 우에다 내정자는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도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인물이다. 그가 최종 임명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첫 학자 출신 총재가 된다.
아베노믹스를 주도한 아베 정부는 2020년 수명이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향했지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제로금리와 수익률곡선 통제정책(YCC)을 두 축으로 경기 부양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난기류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주도하는 고금리 경쟁도 일본은행에는 강 건너 불이다.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강력한 통화이지만 그 전통적 위상이 근래 흔들리는 감마저 없지 않다. 10년 일본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해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활력을 키우려는 통화정책의 허점을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공격하고 있어서다. 우에다는 4월 9일 이후 숙제를 풀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우에다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모색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본다고 한다. 그 무엇보다 시장을 왜곡하는 YCC 수정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우리 통화·금융 당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에다의 일본은행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느냐는 것은 일본만의 국지적 문제가 아니다. 우에다의 선택은 미 연준 등의 진로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 환경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국제적 관심이 우에다 인선에, 특히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에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거듭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통화정책 또한 글로벌 환경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이창용의 한은은 미 연준만이 아니라 우에다의 일본은행 동향도 면밀히 살피면서 갈 길을 잘 찾아야 한다.
한은법 1조는 ‘물가안정’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긴축 기조를 바라는 행정부, 정치권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중앙은행마저 ‘돈 풀어 인기 얻기’ 기류에 휩쓸리면 법화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민생은 나락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 총재가 말한 ‘정부로부터의 독립’ 명제만 잊지 않아도 한은의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