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 K 씨는 재판장이 주문을 읽는 동안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일명 엑스터시와 합성대마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 사이 반성문을 네 차례 제출했다. 마약에 손을 댄 과거를 후회하는 듯 보였다.
K 씨는 지난해 3월 평소 알고 지낸 A 씨로부터 "함께 사자"는 전화를 받았다. 마약을 손에 넣는 일이 그에겐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판매상을 물색해 매수 의향을 밝히고, 서울 강남구 한 건물 화장실에서 판매상이 숨겨 놓은 마약을 수령했다. 같은 장소에 현금을 두고 나왔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다. K 씨는 며칠 뒤 A 씨에게 엑스터시 5정과 '합성대마' 액상 카트리지 2개를 건넸다.
언뜻 합성대마와 대마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합성대마는 말린 식물형태나 전자담배용으로 유통되지만 대마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합성물질'이다. 대마와 다른 마약류다. 합성대마 제조에 사용되는 성분들은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 ‘가목’으로 분류돼 있다. 허브 등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를 은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마로 인식해 가볍게 여기기에 십상이지만, 환각·구토·심장마비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구속기소 된 K 씨 변호인도 이 점을 쟁점으로 부각했다. "피고인이 엑스터시와 '허브'를 매수한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합성대마와 일반 대마 차이를 알지 못한 채 '허브'가 대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 대마를 매수한다고 인식했을 뿐 합성대마를 매수했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합성대마 매수 범행에 대한 고의 또한 없습니다."
변호인은 왜 K 씨가 둘의 차이를 모른다고 말했을까. 형량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 합성대마 제조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가목, 나목, 다목, 라목으로 나눠져 있는데 가목은 의료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심한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이다.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표에도 가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거나 알선, 밀수할 경우 4~7년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대마로 처벌받을 때보다 수위가 높은 것이다.
재판부 판단은 단호했다. "텔레그램 등으로 교섭한 후 마약류가 은닉된 장소와 사진을 보내 물건을 받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거래할 경우 당사자 사이 정확한 은어 구사가 요구됩니다. 피고인이 엑스터시와 합성대마 액상 카트리지 등을 매수했고, 종류별로 동시에 매수한 점에 비춰보면 사건 매수 범행 당시 합성대마와 일반 대마 차이를 인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박사랑 박정길 박정제 부장판사)가 그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재활을 다짐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사기관에 자신의 범죄사실을 밝히면서 자수했습니다. 가족들이 피고인을 보살필 것을 다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습니다.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