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계 경제 석학이 본 2023년
(2)노동개혁으로 본 한국 산업 전망
(3)규제개혁과 2023 한국 부동산
(4)인플레이션으로 본 2023 한국 주식.채권시장
(5)가상자산의 부활 노리는 2023년
경영 간섭까지…기아 4공장 노조 요구로 생산 규모 확대
노란봉투법 통과까지…기업들 “경쟁력 약화 우려”
올해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갈등 문제까지 격화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악화한 실적에도 임금과 복지를 둘러싼 노조의 요구가 거세진 데다 최근에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온 노사 갈등으로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2020년 무노조 경영을 철회한 뒤 3년 동안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삼성전자사무직노조 등 5개의 노조가 출범했다.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판매 등 전자계열사 5곳의 9개 노조가 참여한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까지 생겼다.
삼성연대의 요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7일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연대)가 발표한 공동요구안은 10개에 달한다. 2021년 5개, 2022년 6개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공동요구안에는 지난해처럼 공통급 10% 인상, 정년 연장, 세전이익 20% OPI(성과인센티브) 보장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올해는 이재용 회장과의 단독 교섭, 모회사-자회사 간 동일처우 등까지 더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0년 근속자에게 2000만 원 상당의 해외여행을 제공하고, 노조원 약 5000명에게 자사주 53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요구안이 회사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면서 1분기에는 30년 만에 분기 적자까지 달성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하게 임금과 복지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리스크가 경영 간섭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기아는 내년 하반기까지 건설할 4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15만 대로 제시했다.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생산 물량 확정은 어렵다는 것이 경영적 판단이다. 그러나 노조는 일자리 축소를 이유로 20만 대 생산을 밀어붙였다. 단체 협약상 신공장 착공에 들어가기 위해선 노조 동의가 필수라는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결국 양측은 20만 대 체제로 합의했다.
이러한 와중에 노란봉투법이 환노위 소위에서 의결되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법안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보다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들은 이같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가경쟁력과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제조업체 202개 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해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6%가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기업들은 △빈번한 사업현장 불법행위 △사업장점거 만연으로 생산 차질 발생을 가장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인건비와 비교해 노동의 질적(생산성·비용)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248개국 중 인건비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12계단 상승해 10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1계단 하락한 30위를 기록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데 반해 생산성이 떨어지면 노동시장경쟁력은 줄곧 약화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이 워낙 경직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노사 활동이 투쟁 등 강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성과평가가 연계되지 않은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통해 한꺼번에 기본급이 올라가는 형태 역시 노사갈등의 주범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