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 산업에 과점적 행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의 '돈잔치' 논란에 대해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민간 기업인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여수신 금리 결정에 압박을 가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는 책임론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고금리로 인한 국민 고통과 금융시장의 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 지시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정무위에 출석한 금융당국의 두 수장도 금리 인상기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의 공적 책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 '돈잔치'는 누구나 공감하듯 고객은 분명히 어려워졌는데 고객에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지만 어떠한 혁신적인 노력을 했고 서비스를 했느냐에 대한 마땅한 답이 없다"며 "그런데 성과급은 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것에 대해 질문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산업 중에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규모로 보나 역할로 보나 크다"며 "정말 규모에 맞게 은행들이 공공적인 책임에 맞게 역할을 다했냐고 물어볼 수 있고 이에 대해 은행은 답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이런 문제를 더 종합적으로 구조적으로 보라고 지시한 것이고 그런 문제 인식에 대해서 공감하고 저희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은행이 공공기관도 아닌데 공공성을 강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정의의 문제이긴 하지만 은행법을 보면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표현이 적혀있다"며 "그런 점에서 공공성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원장도 "모든 주요 선진국들이 과도한 금리 인상기에 국민과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하고 있고 대통령께서 지시한 부분도 그런 선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착수한 은행 성과급 점검과 과점체계 개선 등과 관련해 "적어도 은행 산업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보려고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도 "은행산업이 진입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더 경쟁적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행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과점에 대한 법 정의나 경제학적 논의와 별개로 현재 은행산업에 과점적인 행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과점체제 해결방안을 원점부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과점체계 개선 방안에 있어서 은행 숫자를 늘리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놓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관치금융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리며 고객 유치 경쟁에 가속 페달을 밟자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에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상황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이 안 된 상황이었다"며 "제가 기억하기로는 예금금리를 낮추라는 표현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자금조달 경쟁에 의한 어떤 시장왜곡이 다급했기 때문에 그것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예금금리를 낮추라고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당시에 수신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결국은 대출금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저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수신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부연했다.
은행 지배구조 개선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 임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간 금융기관 인사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 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발언한 기억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