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토너먼트 도착 안내’ 암호명 쓰기도
러에 사전 통보에도 방문 중 공습경보 울리기도
기시다 총리, 우크라 방문 의사도 표명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채 키이우 땅을 밟았다. 무려 20여 시간의 긴 여정이었다.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수개월 전부터 철통 보안 속에 소수의 인물만 참여해 계획됐다. 안전에 대한 우려로 내부 반대도 많았다. 그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분쟁지역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들 지역과 달리 미군 주둔 지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참모진은 키이우가 아닌 다른 지역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지만, 키이우 방문에 대한 바이든의 의지가 강력했다. 그만큼 수도 키이우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종 키이우 방문 결정은 출발 이틀 전인 17일에서야 내려졌다. 백악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폴란드만 방문한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연막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바이든은 19일 오전 4시 15분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 대신 크기가 작은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를 타고 우크라이나 방문길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폴란드에 도착해 다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로 700km, 10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80세 고령인 바이든에게는 ‘뼈가 부러질 듯한 고된 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대통령 방문 계획을 러시아에 사전 통보도 했다. 철통 보안을 위해 통상 10명가량인 풀(Pool)기자를 2명으로 한정했고, 두 기자에게 집결 장소와 시간을 안내하는 메일 제목에는 ‘골프 토너먼트 도착 안내’라는 암호를 쓰기도 했다. 동행인의 휴대 전화 등 전자기기도 잠시 회수했다.
회담 후 두 정상은 성 미카엘 대성당 앞을 함께 걸었는데, 돌연 공습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시간가량의 짧은 방문길을 마무리하고 오후 1시 57분께 키이우를 떠나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했다. 이날 미국 국방부는 4억6000만 달러(약 596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공여를 발표했다.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 후 러시아와 미국 공화당은 비난을 쏟아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사전에 안보를 보장받은 바이든이 결국 키이우로 갔다”면서 “서방은 이미 꽤 정기적으로 키이우에 무기와 자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산업체들이 돈을 벌게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러시아가 중국과 같은 수준의 위협이 아닌데, 바이든이 백지 수표를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55억 달러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또 러시아 침공 1년이 되는 24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온라인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1일 “기시다 총리의 키이우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