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65세’ 정부 법률, 부담은 지자체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 도시들은 도시철도 운영에 따른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부산의 경우,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실정이다. 2021년 부산도시철도 적자액 1948억 원 중 무임 손실 적자액은 1090억 원으로 56%에 달한다. 이는 서울 23%, 전국 평균 24%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무임승차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인 대구의 경우는 20%이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부의 노인지원 방침에 따라 무임승차 제도가 시작되었는데,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지자체가 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무임승차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 ‘65세’를 정부가 법률로 정해 두고 있지만, 운영에 따른 적자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이다. 부산시의 경우 오랫동안 정부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난해는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17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국비 지원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정치권에서는 도시철도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작년 말 여야 합의로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PSO) 예산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었다. 또한 지난해 민홍철 국회의원 등이 PSO법을 발의하였는데 도시철도법을 개정해 무임승차 손실분을 국가가 지원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PSO는 노약자, 학생 등에 대한 할인 요금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철도에만 PSO 지원을 해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하며, 도시철도의 경우 지방 사무이므로 국가가 보전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시철도법 31조에 따라 도시철도운송사업자가 운임을 결정·변경하는 경우 지자체가 사업자와 협의해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손실 부담을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 요인 정확히 분석, 국비 지원을
그러나 교통 복지적 관점에서 볼 때 무임승차 문제는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철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해 대상을 줄이는 것 또한 문제의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노인을 위축시킬 수 있고 노인의 이동권 제약 등 부정적인 면을 초래할 수 있다.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통해 얻는 정신 및 육체적 건강 편익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교통부문 복지 정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2014년)에서 노인 무임승차의 편익을 3136억~3361억 원(2012년 기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한편 지자체는 무임승차가 도시철도 운영 적자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 면밀히 따져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으로 인해 수용할 수 없는 인원이나 이로 인한 증편 운행, 그 외 혼잡비용, 관리비용 등은 무임 손실 적자액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임승차로 인해 받지 못하는 요금을 그대로 무임 손실 적자액으로 반영할 수는 없으므로 정확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도시철도가 정해진 시간에 승객 수와 상관없이 운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운행 적자 비용이 무임승차로 인한 것인지는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PSO법을 빨리 통과시켜 국비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정부를 대신해 지자체가 수행하는 복지 정책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손실 지원은 국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