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22일)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카카오 간의 첫 법정 공방이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앞서 이 전 총괄이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 달라며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심리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 SM-카카오 경영진의 지분율이 결정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쟁이 격화하며 SM은 물론 하이브, 카카오의 주가 변동성 역시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SM이 K팝 초석을 닦은 업계 1세대 기업인 만큼, SM 인수를 둔 하이브, 카카오의 ‘쩐의 전쟁’이 시장에 민감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죠. 흔히 “돈은 시장보다 빠르다”고 하죠. 그간 주가 흐름을 통해 SM 경영권 분쟁의 향방 살펴보겠습니다.
사실상 이번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브는 주가 흐름도 긍정적입니다. 이날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SM 지분 14.8% 대금을 납부하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는데요. 앞서 하이브는 이달 10일 SM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였던 이 전 총괄로부터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죠. 당초 하이브의 SM 지분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6일이었지만, 12일 먼저 대금을 치르고 거래를 매듭지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SM 1대 주주로 등극하게 됐습니다.
하이브가 이처럼 계획을 앞당긴 것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최대 주주에 올라 SM 인수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하이브는 전날 대비 3.08% 오른 18만7700원에 마감했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1.43% 하락했죠. 중요한 것은 향후 주가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SM인수가 주가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엔터 기업들의 시너지를 근간으로 지식재산권(IP)은 풍부해지고, 더 다양한 수익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죠.
또 하이브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브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조77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고 전날(21일)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2377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제하 하이브의 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는데요.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기존 21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박 연구원은 “하이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517억 원으로 컨센서스에 부합했다”며 “최근 발표된 방탄소년단(BTS) 슈가 월드투어, QC 미디어 홀딩스 인수, 뉴진스·TXT 흥행에 따른 올해 지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향에 기인해 목표주가를 상향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SM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를 넘어서면서 실망감으로 최근 하이브 주가가 조정됐다”면서도 “202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성장 계획은 여전히 업종 내 최고”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23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올려잡았습니다.
인수전 결말의 윤곽이 나오면서 SM 주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전일 대비 100원 빠진 12만3400원으로 시작한 SM은 이날 개장 직후 1.86% 오른 12만5800원까지 올랐지만 12만11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 원 선을 유지했죠.
SM주가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습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SM 펀더멘탈 가치를 고려했을 때 현 주가는 저평가됐다며 목표주가를 15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에 따른 비용 제거와 비핵심 자산 매각 의지 등을 고려하면 전사적 체질 개선이 예상된다”며 “지분 경쟁과 별개로 SM의 올해 경영 계획에 따라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전사적 아티스트 활동도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죠.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이 전 총괄에 의한 사유화 의혹으로 비교 그룹 대비 (SM 주가는) 저평가받아왔다”며 하이브 등 인수 주체들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토대로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외에도 교보증권은 12만 원에서 13만2000원으로, 현대차증권은 9만3000원에서 12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각각 올렸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10만 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하나증권은 12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상향했죠. 대부분 하이브의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금액입니다.
반면 투자 의견을 낮추거나 보류한 증권사들도 있습니다. 다음 달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둔 데다가, 이 전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심의 결과도 나오기 전이라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입니다.
현대차증권은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분 경쟁이 추가로 격화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인수가격이 공개매수가격을 20% 이상 상회하기는 어렵다”며 “변동성을 감내하고 신규 매수를 할 만큼의 상승 여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조정했습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공개매수와 경영권·지분 경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해 관련 이슈가 갈무리되는 대로 목표주가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SM 인수전에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다투는 카카오의 다음 행보가 JYP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데 따른 것인데요.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습니다. 하이브가 SM을 최종 인수할 경우, 카카오는 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JYP를 다음 타깃으로 설정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날JYP는 장 중 한때 7만76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지난달 21~이달 21일) 외국인 투자자는 JYP를 142만8200주(1021억9500만 원)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실적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증권가는 JYP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JYP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렸습니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JYP는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성장과 더불어 40% 이상 주가가 올랐다”며 “올해도 소속 가수들의 판매력이 강화되고 있어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