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부부는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이 강제전학 위기에 처하자 출석 정지가 학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적극 방어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정 씨가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상대로 전학 처분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문에는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선도를 막는 듯한 정황이 담겼다.
2018년 6월 A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에 참석한 한 위원은 ‘특별교육이수와 교내봉사 등 조치를 다 이행했는지’를 물었지만, 정 변호사의 아내는 아들의 학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교내봉사하고 출석정지 부분은 기말고사 바로 앞과 뒷 부분”이라며 “그걸 다 받으면 12일 수업을 못 듣게 되니까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학교폭력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이날 자치위에 참석한 이 학교 교사는 “저는 교사로서 처벌보다는 선도의 목적이 있으니까 회유도 하고 타일러보고 피해학생의 아픔에 대해서도 공감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조금 공감하려고 하면 원고 부모님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저희가 조금이라도 선도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이어 “저희가 선도하려고해서 원고(정 씨)가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님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된다’고해서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고,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 학교에서도 교육적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겠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저희는 원고(정 씨)가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진술을 많이 번복하고 평소에 비치는 모습과 (달리)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기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학생 같은 경우에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위원들은 자치위에서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정 씨가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 정도가 심하다는 점, 가해 학생의 교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1~3심 재판부는 모두 피해자에 손을 들어줬고 정 씨는 전학 처분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2019년 2월이 돼서야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