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부정 평가 명분 업은 환경단체 "설악산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 개발 빗장 열릴 것"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40년 동안 이어진 찬반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뒷 맛은 개운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찬성 결론에 앞서 전문기관의 '부적절'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등에 업은 반대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사실상 설치 사업에 대한 허가를 내린 것이다.
지역 사회는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설악산국립공원은 2021년 기준 연간 탐방객이 191만8000여명에 달해 23개 국립공원 가운데 9번째로 많은 지역 관광자원이다. 이에 그간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것은 물론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사업 주체자인 양양군은 사업 승인 직후 담화문을 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양양지역 만의 것이 아닌 강원도 전체의 관광자원으로 동해안권이 하나가 되는 관광 콘텐츠 개발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백두대간 산지전용허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사업 시행 허가, 행정안전부 재정투자심사 등 남은 과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라며 "착공 목표는 내년 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역시 "도내 대표적인 규제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최대 걸림돌이 해결됐다"고 환영했다.
문제는 환경단체의 격앙된 분위기다. 이미 성명서를 내고 '저지 투쟁'을 공식화했다.
특히 전문기관의 부정 평가라는 명분까지 가진 환경단체는 앞으로 전국 국립공원의 개발 빗장이 풀릴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이번 사업에 대해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라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전문 기관의 의견을 환경청이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환경부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국립공원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집단"이라고 규탄했다.
국민행동은 이번 케이블카 설치 허가에 대해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는 국민의 바람과 전문기관의 부정 평가는 무시한 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진 장관은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릴 것으로 그에 맞선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케이블카 설치 허용에 따라 국립공원이 개발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설악산과 함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도전했다가 탈락하는 등 케이블카 추진 이력을 지닌 지리산은 물론 광주 무등산국립공원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대전 보문산, 대구 팔공산(갓바위), 경북 문경시 주흘산 등도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