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포인트 두꺼운 매물 벽…강한 저항선 역할
기업이익 하락…한미 금리격차 역대급…달러 강세 외국인 수급 걸림돌
3월 코스피 지수가 2400포인트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연착륙 기대감과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 유입 강도가 떨어지고 있고, 증시를 지탱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점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27일 현대차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한 3월 코스피 상단은 2600 수준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 2400포인트에서 상승할 수 있는 공백이 약 8%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NH투자증권은 인공지능(AI) 모델로 예측한 코스피 지수의 밴드는 2260~2600포인트라고 밝혔다. AI 모델로 예측한 3월 코스피 방향성은 하락 확률이 76%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상승의 전제조건은 기업이익 턴어라운드”라며 “아직은 재무 변수상 기업이익 턴어라운드 신호는 발생하지 않았다. 코스피 상승 시그널은 기업이익 턴어라운드 발생 이후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3월 코스피 밴드로 2320~2540포인트를 제시했다. 교보증권은 2350~2550포인트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2500포인트는 두터운 매물벽, 강한 저항선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기업들의 이익 하락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8%)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 이익사이클 개선 기대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3개월 전 약 34조 원, 1개월 전 약 22조 원, 이달 26일 기준 약 17조 원으로 앞자리를 바꾸며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은 증시 상승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2014~2015년처럼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유지 되고 있고,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14~2015년 코스피 월간 수익률 밴드는 ±4% 수준이었고,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금리 역전 상황도 부담이다.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연준은 금통위와 달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과거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 최고치는 175bp(bp=0.01%)였다.
2월 국내증시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기대감을 높이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을 상회하는 물가지표와 양호한 고용보고서가 나오면서 중앙은행이 주장했던 긴축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재해석이 연초 랠리의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3월 주식시장은 난기류를 만나는 비행기의 모습이 예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거시지표는 3월 FOMC의 부담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리인상 중단 시점이 연장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 등장은 기술주 랠리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직면하게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위험요인은 환율이다. 최근 환율 흐름도 심상치 않다. 코스피가 한 달 만에 장중 24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간 27일 원·달러 환율은 18.2원 오른 1323.0원에 마감했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수급을 약화시킨다. 실제 1월 코스피 시장에서 단 2차례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2월 들어 순매도일 수가 7거래일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월 6조3704억 원에서 2월 7123억 원으로 9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달러 흐름이 다시 빠르게 강세로 전환해 추세적으로 머문다면, 금통위로서는 물가 경로에 대해 재점검을 하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으로써 가장 큰 리스크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