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 안된 부채, 공식 부채보다 두 배 많을 수도
지방정부 빚 늘면 경제 부양책 규모 줄어들 수 있어
경제 우려 커지며 증시 랠리도 뚝...한 달 새 16% 급락
지정학적 리스크, 업계 내 경쟁 격화 등 영향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위험한 수준까지 불어나면서 최대 경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31개 지방정부 가운데 최소 17곳의 부채가 소득의 120%를 넘어 한도를 초과했다. 대도시 톈진의 경우 부채가 세수의 3배에 달했다.
지난해 지방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방역,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한 세금 감면 조치 등으로 지출을 확대했지만, 수입은 줄었다. 정부 부채 규모는 35조 위안(약 6623조4000억 원)을 넘어섰는데, 공식 집계되지 않은 지방정부 부채를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양예웨이 궈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숨겨진 부채는 공식 부채보다 두 배 이상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로 불리는 특수법인에 부채를 떠넘기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부 부채로 분류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방정부 부채가 늘면 재정 지원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왕리성 골드만삭스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부채 상승은 지방정부의 더 많은 부채 상환과 서비스 비용을 의미한다”며 “이는 자본 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재정 부양의 여지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수잔 추 S&P글로벌레이팅스 선임 이사는 “지방정부 부채 비율이 임계점에 가까워지면 중앙 정부의 조사가 강화될 수 있고, 관련 공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도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당국이 올해에는 작년 발행액보다 적은 3조8000억 위안의 특별채권 쿼터를 설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 이사는 부채가 많은 지역일수록 더 적은 몫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4일부터 열리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도 지방정부 부채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양회에서는 예산과 통화정책 방향을 포함한 올해 중국의 주요 경제 목표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방정부 부채 급등에 재정 부양 여지까지 줄어든 중국의 증시도 악화일로다. 경제 활동 재개로 성장 기대감이 커졌지만,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술주 중심의 증시 랠리가 빠른 속도로 식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가 24일 기준 지난달 고점 이후 16% 급락해 약세장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지수에 편입된 63개 기업의 시가총액도 1900억 달러(약 250조5720억 원)가 증발했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예상을 웃돈 분기 실적 발표에도 최근 주가가 25.9% 급락했다.
중국 정찰풍선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사라진 중국 기업인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규제 불안을 증폭시켰다. 중국 투자은행(IB)인 차이나 르네상스의 바오판 회장은 이달 중순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그가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중국의 빅테크 기업 9개 중 알리바바와 바이두, 브이아이피숍 등 5개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마빈 천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 시즌이 긍정적으로 시작됐지만,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우려, 미국의 긴축, 업계 내 경쟁 격화 등에 따른 위험성을 더 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