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급난 완화로 대기기간 단축
글로벌 저성장ㆍ전기료 인상 등 악재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에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완성차 판매량의 10%에 육박하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약 8063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9000만 대를 넘어서던 시장이 2015년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 탓에 본격적인 위축기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9000만 대를 기록하던 시절,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 독일 폭스바겐이 각각 1000만 대 안팎을 거머쥐었다. 당시 양적성장을 거듭하던 현대차그룹의 판매는 800만 대 수준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2020년 7777만 대에서 2021년 8144만 대로 4.7% 성장하는데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1% 수준 감소한 8063만 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8063만 대 완성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은 9.9%다. 약 802만 대가 팔린 셈이다. 전년 대비 68.3% 성장한 전기차 판매는 물가 인상과 금리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음에도 크게 선방한 기록이다. 이를 발판 삼아 올해 10%대 진입을 예고했다.
전기차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 이면을 살펴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표면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반복 중이지만 사실상 중국 전기차 판매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03만 대 전기차 판매 가운데 500만 대 이상이 중국에서 팔렸다. 단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다.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도는 불확실성을 키운다. 체제 유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엇갈리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이다.
둘째로 큰 시장은 유럽이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성장세는 다소 약화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세 번째는 미국.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신차 확대 효과와 테슬라 및 포드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시장이 급성장했다.
완성차 그룹별로는 엔트리급 전기차(모델3) 판매 확대로 1위를 수성한 테슬라가 독보적이다. 이어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는 중국 BYD와 초소형 전기차로 입지를 확대한 중국 상해기차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줄곧 차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보조금 혜택이 줄었다. 자연스레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자 최근 다시 가격을 최대 14% 인하하며 판매량 회복을 시도 중이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국내와 글로벌 시장 모두 공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작 문제는 작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전기차 수요의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전기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조금을 비롯해 가격에 따라 판매가 좌우된다.
특히 하반기 전기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꽤 크다. 많은 전문가가 올 하반기 경제 위기 설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완성차 교체 주기 연장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반기에 집중된 보조금 지급이 하반기에 일찌감치 소진되면 하반기 판매 하락도 불가피하다.
소비심리 위축도 걸림돌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예측했던 3.4%를 2.9%로 축소했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2.7% 수준의 성장세를 예고했지만 정작 올해 들어 1.2%로 하락 중이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 움직임과 중국·영국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중단 및 독일 등의 보조금 삭감도 시장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고려한 가격 책정, 성장세가 강한 시장에 대한 신차의 적기 공급,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만한 높은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 출시 등 기업별 전략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