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싸움에 샌드위치 된 한국
시진핑, 양회서 '맞불정책' 예고
삼성ㆍSK 반도체 기업 전전긍긍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전쟁 사이에 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4일 개막하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사실상 공식 출범식인 만큼 경제 메시지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양회에선 중국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는 대규모 투자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에 대한 엄격한 조건이 추가되면서 중국 정부의 대응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 정부는 미국 사업장 내 보육시설 완비, 자사주 매입 제한, 초과 이익 공유 등 애초 알려지지 않았던 보조금 지급 조건 등 다양한 조건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강대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식의 맞불 전략 등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 기업으로선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다. 2월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줄어드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1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실적 60억 달러는 지난해 1월보다 44.5%(48억 달러)나 감소했다. 이는 15대 주요 품목 중 최대 폭의 감소 기록이다. 반도체 수출 하락세는 지난해 10월(-17.4%), 11월(-29.9%), 12월(-29.1%) 역시 이어졌는데 올해 들어 감소세가 더 커졌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면서 대체시장으로서 아세안 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지난해 7월까지 월 40억 달러대를 유지했던 대아세안 무역흑자는 지난해 12월 25억7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1월 11억3000만 달러로 떨어졌다.
전체 수출 중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수출이 흔들리면서, 중국과 아세안 수출도 덩달아 감소했다. 반도체 비중이 큰 탓이다.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해 영향이 큰데, 수출액은 24.2% 줄어든 98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9개월째 감소다.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아세안도 16.1% 감소했다. 아세안은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지만, 84억6000만 달러 수출에 그쳤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중간재 품목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아세안에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35.7%, 디스플레이는 37.3% 줄었다.
우리 기업으로선 중국 시장 또한 쉽게 놓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관련 중국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다.
미 정부는 5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지원법을 시행하면서 ‘10년간 중국 투자 금지’ 조항을 둬 국내 반도체 기업엔 부담이다. 또 미 정부는 반도체법에 ‘가드레일’ 조항을 넣어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 중국 등 ‘우려국’에 반도체 시설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 투자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걸었다.
일각에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정부가 이 같은 미 정부의 추가 요건에 대해 알지 못한 데다 개별 조건은 기업이 협상할 일이라고 원론적인 태도만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