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감미료가 뇌졸중 유발? 에리스리톨, 첨가 제품은 무엇?
지난해 제로 슈거 제품의 복통 논란에 이어 대체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면서 식품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제로 열풍이 거센 가운데 자칫 찬물을 뿌려질까봐서다.
2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을 통해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 2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에리스리톨은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감미료 중 하나로 안전한 첨가제로 여겨져 왔지만, 그 동안의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설탕 대신 사용 가능한 대체감미료는 소비톨과 자일리톨 등의 당알코올류와 리보오스 등의 당류, 아스파탐과 아세설팜칼륨,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와 같은 고감미료로 나뉜다. 에리스리톨은 과일과 야채, 버섯 등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천연 당알코올로 저감미도, 저칼로리로 혈당상승에 가장 적은 영향을 주는 대체감미료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에리스리톨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데 자주 쓰인다. 대표 제로 탄산음료인 코카콜라사의 스프라이트 제로는 단맛의 원료로 에리스리톨을 사용한다. 롯데제과가 지난해 내놓은 무당 과자 제로 초콜릿칩쿠키도 에리스리톨과 말티톨이 함유됐고, 이마트의 PB(자체 상표) 피코크의 프로틴 아이스크림도 에리스리톨을 설탕 대신 사용한다.
에리스리톨을 사용하는 대표 제품에는 소주도 있다. 작년 9월 롯데칠성음료가 선보이며 제로 소주 열풍을 일으켰던 ‘처음처럼 새로’는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을 과당 대신 사용해 100㎖ 당 열량을 90㎉로 낮췄다. 대선주조도 지난달 히트상품이었던 C1블루를 16.5도 무가당 소주로 리뉴얼 출시하면서 식물성 감미료인 토마틴과 에리스리톨을 사용해 열량이 100㎖당 90㎉에 불과하다. 또한 하이트진로의 ‘제로 슈거 진로’와 금복주의 ‘참소주 제로투’ 등에도 에리스리톨이 함유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가당 소주의 대부분에 에리스리톨이 미량으로 들어가 단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청정원의 온라인 전문 브랜드 ‘라이틀리’가 팔고 있는 ‘스윗데이 아이스크림’도 에리스리톨로 단맛을 구현했고, 동서바이오팜이 제조하는 ‘오늘부터 발효콤부차’와 엘리샤코이의 ‘에이치 콤부차’, 락토핏의 ‘락토조이 제로’ 등에도 에리스리톨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대체감미료 위해 논란이 확산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553억 원에 불과하던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올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급팽창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너나할 것 없이 제로 칼로리 제품을 올해 주요 전략으로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은 올해 밀키스 제로에 이어 탐스와 칸타타, 2% 아쿠아 등 당류 저감 상품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대체감미료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해태제과의 쿼카젤리 등을 섭취한 섭취한 뒤 아이들이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였다는 글이 주부들이 많이 찾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이슈가 되며 한차례 홍역을 치뤘다. 쿼카젤리는 대체 감미료 중 당알코올로 분류된 말티톨과 솔비톨 등이 사용됐다. 당시 해태제과는 이들 대체 감미료를 소화하지 못하는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를 이유로 자율적으로 회수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조’에 따라 대체감미료 중 하나인 당알코올류를 주원료로 사용한 제품의 경우 그 종류, 함량과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등의 주의 표시를 해야 하지만 주류는 미량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식품의 영양성분 표기에는 원재료 명칭만 표기될 뿐 함유량을 표기해야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체 감미료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서 제로 슈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로 제품이 유행하면서 대체 감미료에 대한 위해 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은 면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대체 감미료에 대해 정확히 알도록 홍보가 절실하고, 주의 사항과 제품 내 함유량 표기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