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도 놓쳤네...줄줄이 퇴짜 맞은 런던 증시 ‘울상’

입력 2023-03-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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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이중상장 검토하다 뉴욕증시 단독 상장 결정
뉴욕증시, 미 사업 확장 기회·더 큰 자본 풀 강점
건설자재업체 CRH도 미국 이전상장키로

▲일본 도쿄에서 지난해 2월 4일 소프트뱅크 기자회견장이 보인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업체 ARM 상장을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ARM 상장을 고대했던 런던증시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 자회사 ARM의 뉴욕 상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소프트뱅크와 ARM은 올해 미국 상장을 추구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RM의 본사가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만큼 향후 런던 증시에 2차 상장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당장은 뉴욕증시 단독 상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ARM의 뉴욕증시 단독 상장 결정은 그간 미국과 영국 증시에 이중상장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영국 정부로써는 뼈아픈 결과다. ARM은 몇 달간 영국 정부는 물론 금융감독청(FCA)과 이중상장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까지 직접 나서 런던 증시 상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미 증시의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하고 높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ARM의 이번 결정으로 런던 주식시장의 미래를 두고 회의론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 최대 건설자재 업체 CRH도 지난해 실적 호조를 기록하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찾아 런던 대신 미국으로 이전 상장하기로 했다. 뉴욕에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이 회사의 주가는 9% 급등하기도 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계획도 이들 기업의 미국 이전 상장 계획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사업 확장 가능성과 더 큰 자본 풀도 뉴욕증시의 강점으로 꼽힌다. UBS 리서치팀은 "증시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면 미국 동종업체들의 PER(주가수익비율)이 25배인데, 13배인 CRH는 여러 번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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