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반년째 내리막길…한국 반도체, 하반기엔 살아날까

입력 2023-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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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
코로나 특수 끝나고 고금리 기조 계속
정부, 반도체 사이클 기대…"하반기 회복"
상황 따라 하반기에 회복 못 할 수도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경신했다. 지난해 총 실적은 1292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엔 131억19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 (사진제공=삼성전기)

한국 반도체가 침체기를 겪은 지 반년이 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기를 겪더니 올해 들어선 아예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쯤 회복을 기대했지만, 불확실한 대외 경제와 각종 변수 탓에 반도체 산업이 살아날지 미지수다.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회복을 위해 규제 개선과 지원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줄었다. 6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며 1월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경신했다. 지난해 총 실적은 1292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엔 131억19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던 중 7월 상승세가 2.1%로 주춤하더니, 8월부턴 7.8%로 감소했다. 2021년에 성장세가 좋았기에 역 기저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11월엔 9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2월에도 90억5800만 달러로 나타나더니, 올해 들어선 60억 달러로 완전히 반토막이 났다.

주요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가 흔들리자 한국 수출도 덩달아 흔들렸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다. 수출이 흔들리니 무역수지도 내림세를 보였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이 늘며 전체 수입이 많아졌는데,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적자 폭은 계속 커졌다.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1년째 침체기에 빠졌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재고가 쌓이자 가격이 내려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가 성황을 이뤘는데, 이에 맞춰 생산했던 반도체가 쌓였고 수요는 줄면서 가격도 내려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감산 얘기까지 꺼냈었다. 여기에 각국이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반도체 수요는 계속 감소했다.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반도체는 사이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하반기 회복을 기대했다. 반도체는 과거에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다. 과거엔 순환기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 정도 걸렸다. 당시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나거나, 스마트폰 등이 출시하면서 반도체가 호황기를 맞았다. 2000년대 중반 노트북 수요 증가나, 2000년대 말 모바일 기기 확산 등이 슈퍼사이클을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사이클 흐름이 달라졌다. 주기가 더 짧아졌고, 변수는 늘었다. 이번 불황기도 각국의 긴축 정책과 고금리 기조 등이 작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개입했고,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영향을 끼쳤다.

기존 흐름대로라면 불황이 길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엔 호황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인텔이 고성능 프로세서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신제품 DDR5가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호재다.

챗GPT 등 AI에 관심도가 커진 것도 긍정적이다. 감산을 고려했던 SK하이닉스는 챗GPT로 인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수요를 기대하는 중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원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챗GPT의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남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각국의 긴축 정책이 이어진다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도 무시하기 힘들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따른 이익을 나누라는 식으로 압박에 나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재고가 다 소진되는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엔 회복될 것"이라며 "인텔에서 신제품을 발표했기 때문에 교체 수요가 일어나야 한다. AI 관련 수요도 늘어서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기회가 왔다"고 예측했다. 다만 "선진국이 고금리고 현금을 묶고 있다. 그러면 개인 소비자는 사용할 돈이 줄어들어서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반도체 회복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 등 기업에 지원이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협의회에서 "반도체, 배터리, 선박 등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조특법이 조속히 개정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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