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비보다는 ‘현재 충실’
명품 첫 구매 연령 갈수록 낮아져
친환경 등 가치 중심적 소비 경향
SNS 중심의 ‘주목경제’…관심이 곧 소비
그렇다면 MZ세대 소비자들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MZ세대 소비자들이 이전 세대와는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선 지갑은 얇지만, 취향은 확실하다는 특징이 있다. MZ세대의 소비성향을 살펴보기 전에, 이들의 경제관이 형성됐던 시기를 살펴봐야 한다. MZ세대의 한 축인 30대를 예를 들어보자. 이들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때 성인이 됐고, 취업 후 한창 일하던 시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인한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이라는 두 가지 사건의 영향으로 MZ로 불리는 청년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비관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일련의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겪으면서 MZ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자)의 4분의 1은 자신이 미래에 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절반 이상은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은 부모세대인 X세대(1965~1980년생)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과거 청년기에 축적했던 부(富)보다 더 적은 가치의 부를 축적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현재 한정된 자금과 자원을 충동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부추긴다.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더 큰 혼란을 겪으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커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밀레니얼(M)세대(1981년~1990년대 후반 출생)는 전년 대비 17% 더 많이 지출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10대와 20대의 45%가 향후 3개월 사이 사치스러운 소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 응답자의 83%는 사치스러운 소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렇게 충동적인 소비 경향이 큰 MZ세대를 겨냥한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 앱도 인기다. 시장 조사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BNPL 앱의 대부분 이용자가 20대다.
가치 중심적인 소비 경향도 뚜렷하다. 이러한 가치에는 인종과 성별과 같은 정체성, 기후변화 등이 포함된다. 글로벌 회계법인 KMPG에 따르면 16개국의 Z세대는 여러 세대 중 가장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로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꼽히는 이유도, 다른 세대보다 MZ세대의 채식주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욕구와 친환경 등 가치 소비 경향은 상충하거나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기 대신 채식을 먹는 친환경적 식습관은 소량의 식사를 배달시키면서 사용되는 오토바이의 휘발유 사용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 상충된다. 환경을 생각하지만, 패스트패션을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모순된다.
MZ세대의 소비 습관은 ‘주목경제(관심경제·Attention Economy)’로도 정의된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MZ세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여기서 소셜미디어는 MZ세대의 시선을 잡아끌어 소비로 이끄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1년 25세 이하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소셜미디어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이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MZ세대가 자사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각종 기능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곧 소비로 이어지고, 기업에는 수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