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감각 찾아나선 Z세대, 가수 응원 목적도
음원 인기가 음반 가치 재조명
디지털·아날로그의 성공적 결합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레코드판의 부활을 주도한 건 Z세대다. 미국에서 레코드판 가게를 운영하는 짐 헨더슨 씨는 “지금까지는 방문한 적 없었던 새로운 세대의 방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으로도 불린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레코드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닛케이는 이들이 음악을 ‘소유’하는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지만, 음악을 소유하는 감각은 사라지고 있다. Z세대에겐 소리가 나오는 실체, 즉 레코드판을 사서 소유하는 것이 희소가치가 있는 경험인 셈이다.
시장 조사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팔린 레코드판 수는 4350만 장으로 판매액은 물론 판매 장수 모두 CD를 넘어섰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신작 레코드판은 3개월 만에 100만 장이 팔리기도 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레코드협회에 따르면 작년 레코드판 생산량은 213만 장으로 5년 전보다 2배 늘었다.
레코드판이 사라진 이유는 ‘불편’했기 때문이다. 레코드판을 음악 시장에서 밀어낸 것은 1979년 워크맨부터 시작해 카세트테이프와 CD였다. 이동하며 들을 수 없는 레코드판은 경쟁력이 없었다. 2003년 아이튠즈를 시작으로 음원 다운로드가 활성화할 무렵에는 자취를 감추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불편이 소유라는 감각을 주는 희소가치가 된 것이다.
Z세대는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레코드판을 구매하기도 한다. 루미네이트 조사에 따르면 작년 레코드판 구매자 중 절반은 턴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았다. 또 음악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도 레코드판은 가치가 있다. 스트리밍 수에 따라 이익을 얻는 구조는 소수 유명 가수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 레코드판 회사 골드러시바이닐을 창업한 캐런 켈레허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아티스트가 레코드판이나 굿즈 등 상품 판매에 의한 수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레코드판 공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코드판은 일회성 붐이 아니다. 소비자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경제적, 감정적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레코드판 열풍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함께 성장한 결과란 점에 주목했다. 음원 시장이 커지면서 음반 가치가 재조명됐다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강점이 잘 결합된 사례로 다른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