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회계사 연봉 1.5배 격차…기대수익 벌어져”
각 부서 회계사 요청하나 신입 줄어 순서 밀릴때도
취업제한에 경쟁 심화…3급 못달아 나가는 경우 잦아
국내 회계사들 사이 취업 시장 선호도로 첫손에 꼽히던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직업적 안정성’과 ‘공적인 사명감’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장점이 ‘연봉 격차’와 ‘승진 좌절’이란 단점으로 치환되면서 부터다.
매년 두자릿수를 이어왔던 금감원 내 신입 회계사 숫자는 지난해부터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커지면서 금감원이 담당해야할 영역이 점점 넓어져왔음에도 전문성을 발휘해야할 회계사 숫자는 거꾸로 줄어들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감리는 회계사만 담당하고 은행 검사, 금융투자 검사, 감독 등도 회계 자격이 있을수록 역량 이 더 크다”며 “각 부서에서 회계사를 요청해서 뽑았지만 다른 부서에서도 요청이 많다보니 회계사가 특히 더 필요한 부서가 순서에서 밀리는 경우도 나온다”고 전했다.
금감원 안팎에선 급여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2018년말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사 수요가 급증하자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연봉의 인상 폭은 가팔라진 반면, 금감원 내 연봉은 정체된 탓이다. 10년차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와 금감원내 회계사를 비교하면 대략 1.5배 이상 가량 차이가 난다는 전언이다. 금감원내 회계사는 일반 직원 대비 자격증 수당 30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과거 금감원에 지원했었던 10년차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2019년부터 연봉이 대폭 올랐다”며 “연봉차도 크고 기대 수익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치열한 승진 경쟁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직원의 경우 4급 이상 취업제한이 걸려 외부로 못나가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회계사의 경우 언제든 회계법인으로 나갈 수 있다 보니 경쟁에서 밀리면 중도 퇴사하는 일이 잦다는 설명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오는 경력직들의 경우 급여 보다는 직업의 안정성, 공직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승진의 문턱에서 팀장이나 국장으로 가는 길이 막히다 보니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15~20년 다닌 직원들도 3급을 못달아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직원은 대학졸업 후 5급으로 들어와 4급이면 선임조사역인데 30대 초중반부터 취업이 제한되다 보니 계속 남아서 경쟁 해야하는 구조”라며 “올해도 신입 회계사 경영 직렬에 회계사들이 많이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적게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금융기관에 대한 영향력과 직무 공정성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취업제한 허들을 높게 두는 것에 타당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금감원과 자주 비교되는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가 취업제한을 2급 이상으로 두는 것과는 격차가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 사이클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불황으로 사기업들의 임금이 높지 않던 시절엔 금감원 등 금융기관들의 인기가 높아졌다가 호황이 찾아오면 다시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회계사는 “당분간 흐름상 금감원 내 회계사 출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20여년전에도 회계사들이 금감원을 기피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기가 다시 나빠지고 있는 만큼 몇년 후에는 조금씩 인기가 오르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