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1조 투자유치 FI 물밑 접촉설…블록딜 권유 시도 의혹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공방에서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원점에서부터 재검토에 들어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 각자 1조 원 대 자금이 동원되는 '쩐의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향후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3일 법원 결정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 협력을 이유로 지분 9.05%를 확보한다는 계획이 무산됐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지분을 발판 삼아 대주주와 격차를 좁히고, 주식을 매수해 경영권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양측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이유가 있다고 보면서도 신주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카카오는 장고에 들어갔다.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방안은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카카오는 이날 “당사는 2월 7일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가처분’에 대한 법원 인용에 따라 계약 해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주 등 발행을 금지하도록 한 법원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태에서 항고 등 절차를 밟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지분을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회의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인수 포기로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이브가 순조롭게 SM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하면 범접할 수 없는 공룡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가치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달렸다.
카카오가 지분 인수로 마음을 정하면 각 1조 원대 실탄이 투입되는 마지막 승부가 막을 올린다. 카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1540억 원 중 지난달 8975억 원을 받은 상태다. 사모펀드 H&Q코리아와 최대 2000억 원의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최대 1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다수 주주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하이브의 블록딜 권유 의혹에 대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6개월간 '10인' 이상으로부터 장외거래를 통해 5% 이상 상장사 주식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공개매수를 통해야 한다. 10인에는 '매매를 권유받은 자'도 포함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10인 이상에게 권고한 이상 하이브는 공개매수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공개매수 방식이 아닌 장외매수, 블록딜 방식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의 연합은 결속이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하이브는 “가처분 결정 취지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라”며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 압박에 나섰다. 특히 “카카오에 대한 사업협력계약상 해지권을 적극 행사하고, ‘카카오 측 지명 이사 후보에 대한 추천 철회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