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대표이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기업들의 협찬에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것을 두고 당시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영향력을 지나치게 좁게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협찬 기간에 해당 기업에 대한 수사중인 사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직무 연관성이 없다거나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했다.
6일 검찰의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기업들이 윤석열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금원을 수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2016년 12월 1억3000만 원의 경제적 가치가 따를 것으로 계산하며 4400만 원을 코바나컨텐츠에 협찬했다.
검찰은 삼성카드가 전시회에 협찬하던 그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에 삼성카드 관련 사건이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 특정 전시회에 수천만 원을 협찬했는데, 이 전시회 대표의 배우자가 검찰 내 요직을 맡고 있다면 ‘뇌물성 협찬’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대전고검 소속으로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파견 중이던 윤석열의 직무권한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신안저축은행도 2016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060만 원을 협찬했으나, 검찰은 “윤 대통령이 당시 특검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시기는 그 이후인 2016년 12월경으로 협찬 당시에는 이런 박탈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안저축은행 역시 이 협찬 기간 무렵 서울중앙지검과 타 검찰청 내에서 내사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이 존재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변소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소명자료가 제출됐거나 피해자들과 합의돼 혐의없음이나 공소권없음 처분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2015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총 2억1950만 원을 협찬했으나 검찰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청탁 명목으로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임빌과 컴투스 역시 이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접수됐으나 ‘소명자료가 충분히 제출됐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윤 대통령의 직무와 영향력을 지나치게 좁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뇌물죄 관련 판례를 보면 특정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뇌물죄는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검찰이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는 “윤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 팀장이었던 국정농단 특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자의 명시적 청탁이 없더라도 묵시적 청탁이있다면 뇌물죄는 성립한다’는 논리로 기소했다”며 “이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이 유죄를 받게 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협찬한 대기업은 개별 사건이 없더라도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만 있다면 뇌물죄는 성립한다는 법리를 내세운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세행은 검찰에 항고하는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사세행을 비롯한 고발인들은 기업들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직무와 관련해 수사상의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마크 로스코 전(2015년 3~6월)’, ‘르 코르뷔지에 전(2016년 12월~2017년 3월)’,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2017년 12월~2018년 4월)’,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야수파걸작전(2019년 6~9월)’에 각 협찬금 명목으로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일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불법 협찬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와 윤 대통령 등을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강제수사나 소환조사 한 번 없이 사건을 종결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