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사업자, 발행인에 대한…검사ㆍ공동검사요구권 요청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도입을 대비한 규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BDC뿐만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 가상자산 시장 규제 전반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국회와 입법 조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각국이 CBDC 도입과 가상자산 규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국내 시장도 본격적으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7일 본지가 입수한 ‘한은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 제출 의견서(지난해 12월)’에 따르면, 한은은 특정금융정보법상에서 쓰고 있는 ‘가상자산’ 대신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비실재하는 가공의 거래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고 EU와 일본이 ‘암호자산’(Crypto Assets)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주목할 점은 한은이 코인 거래 사업자 및 발행인에 대한 검사·공동검사요구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 통화 주권 및 통화 정책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이 최소화되도록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 코인을 말한다. 가치를 고정하는 방법(페깅)에 따라 알고리즘형과 자산 기반으로 나뉜다.
이를 위해 한은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중앙은행이 금융위 또는 금감원에 검사·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금액이 큰 암호자산거래소의 재무건전성, 고객자산관리 실태, 실명확인계좌 개설 은행과 연계된 자금흐름 등을 적기에 파악해 통화정책 파급,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기에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암호자산이라는 용어 자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에서 국회에 의견 제시를 한 것”이라면서 “정부나 국회에서 가상자산 용어를 쓰는 부분에 있다라고 하면 수용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공동검사 요구권은 지금 당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1단계 법안에서 논의하지 않더라도, 2차 업권법을 제정할 때는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세계 중앙은행도 코인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분위기다. 이미 영국과 EU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입법 추진하고 있다. EU의 가상자산 규율 단일 법안미카( MiCA)는 자산준거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의견제시권, 인가거부권, 인가취소요구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부여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 1월 디지털화폐(CBDC) 전담 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금융결제국 내 전자금융부의 명칭을 ‘디지털화폐연구부’로 변경하고 CBDC 사업 추진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디지털화폐동향분석반을 디지털화폐분석팀으로, 기술반을 ‘디지털화폐기술1팀·2팀’으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