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공방이 우위를 점칠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하이브의 재반격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카카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5만 원을 넘어 섰다.
8일 오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만2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큰 폭으로 높여 공개매수를 재시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의 성패는 공개매수로 목표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이브가 먼저 1주당 12만 원을 제시하며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싸움의 신호탄을 알렸다. 그러나 카카오의 참전이 기정사실화 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3만 원까지 올랐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로 지분 0.98%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는 1주당 15만 원에 지분 35%를 확보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곧장 13만 원대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전날 14만9700원으로 마감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결국 15만 원을 넘겼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으면서 카카오는 공개매수 성공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 상태가 유지될 경우 하이브와 마찬가지로 지분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재선언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는 1주당 16만 원에 공개매수를 시도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1주당 18만 원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는 카카오가 공개매수 의사를 밝힌 뒤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장고에 들어갔다.
양측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 발돋움할 필수 요소로 꼽으면서 이번 '치킨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 싸움에 승리하더라도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향후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승자가 정해진 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지분 싸움이 치열한 만큼 양측이 자본시장법을 위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물밑에서 지분 4.9%를 확보하는 과정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를 대량으로 사들인 '기타법인'이 카카오 특수관계자일 경우 5%룰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5% 룰은 개인이나 기관이 상장·등록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금융감독원에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가운데 카카오가 시세를 고의로 12만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8일 카카오는 66만6941주를 12만1325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38만7400주를 12만6200원에 사들였다. 이러한 대량 매수 배경에 주가 부양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다만 카카오가 공개매수 가격을 15만 원으로 제시하면서 시세조종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후 블록딜을 권유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6개월간 10인 이상의 자로부터 장외거래를 통해 5% 이상의 상장회사 발행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반드시 공개매수를 통해서만 취득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법과 제도를 위반하는 어떠한 형태의 거래도 진행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아 왔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정대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5% 이상을 확보한 하이브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면 30일 이내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지분 15.78%를 확보한 하이브는 아직 신고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도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미 4.9%를 보유한 카카오는 공개매수를 통해 10.1% 이상 확보할 경우 공정위 신고 대상이 된다. 다만 관건은 하이브와 카카오 중 최대주주로 누가 올라서는지다. 확고한 최대주주가 정해지면 심사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경영진이 결정된다. 하이브는 새 이사진 후보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을 제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은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후보로 제안했다.
31일 진행될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폐쇄된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의결권의 중요성이 커졌다. 60%가 넘는 소액주주도 주요 설득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지분 싸움에서 먼저 승리를 거둬야 주주총회로 실효적인 싸움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