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3부(송창진 부장검사)가 8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A 변호사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A 변호사는 전날 수사 검사실로 전화를 걸어 당일 조사가 예정된 사건 관계인인 B 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을 고지한 뒤 일방적으로 조사일정을 취소했다.
B 씨는 이 회장이 경찰 간부에게 전달한 자금 세탁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이전 조사 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이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고, 자금 세탁 과정에 동원한 인사들에게 관련 증거의 삭제와 인멸을 지시하거나 허위 진술을 교사하기도 했다.
A 변호사의 일방적 통보 이후 수사 검사는 A 변호사 선임 여부와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B 씨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B 씨와 다른 사건 관계인들의 조사 일정을 포함한 수사계획을 수정하는 등 수사에 지장이 초래했다는 것이 공수처의 주장이다.
공수처는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자금 세탁에 개입한 B 씨의 이해가 상반됨에도 두 사람을 동시에 변론하는 행위와 이와 관련된 증거인멸이나 진술조작 시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변호사법 제24조(품위유지의무 등) 1항과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수임 제한) 1항 등에 반하는 위법 변론 행위라고 보고 대한변협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공수처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사건관계인들의 불법‧범죄 행위가 발견될 경우 검찰에 수사의뢰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대우산업개발을 자문하는 C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대한변협에 징계 신청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들은 공수처가 이 회장 등 주요 피의자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했고, 대우산업개발이라는 법인을 자문하는 동시에 이 회장과 임직원 등을 변론했다. 공수처는 이들이 변호사법을 위반했을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