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들 산업부 기자
철강재 KS 규격 기준은 국제 표준 대비 미흡했던 국내 수준을 높이고자 2016년 정부 주도로 개정됐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건설용 24개 강종 KS를 개정하며 국제 수준까지 향상됐다. 안전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음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시장이 있다. ‘정척재 후판’ 시장이다.
정척재 후판은 지정 범용 규격(2438x6096) 후판이다. ‘후판’ 하면 대부분 배 만드는 두꺼운 철판을 떠올리겠지만, 정척재 후판은 ‘비조선용’ 후판이다. 주로 건설용 보강재로 쓰인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규모는 작지 않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연 900만 톤 수준이다. 550만 톤이 조선용으로 배를 만드는 데 쓰이고, 350만 톤이 비조선용으로 주로 교량이나 건설용 자재, 철강 구조물, 플랜트 등에 쓰인다. 정척재 후판은 비조선용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규격이 정해져 있다’와 ‘생소하다’는 특징은 ‘재고로 쌓아둘 수 있다’와 ‘아는 사람만 산다’로 이어진다. 그리고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와 ‘규제 밖에 있다’로 귀결된다. 쉽게 구할 수 있고 통제받지 않는 시장에서 구매의 절대 기준은 품질보다 ‘가격’이다.
2016년 개정 철강재 KS 규격 기준에 따르면 정척재 후판은 KS SS275 항복강도를 충족해야 한다. 항복강도는 변형이 발생한 소재가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한계점을 의미하며 이는 건축물의 안전과 연결된다.
그러나 지난해 KS 기준 충족 정척재 후판 사용 규모는 30만 톤에 그쳤다. 시장의 80%는 KS규격 기준 항복강도를 충족하지 못하는 저품질 수입산 철강재를 싼 가격과 관행적 구매를 요인으로 지속 구매하고 있다. 저품질 수입산 후판 정척재의 무분별한 확산은 작게는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크게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정품 정척재 후판 구매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정척재 후판 시장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