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감소폭 확대 영향
전세자금대출 감소폭 확대되며, 전체 주담대 감소로 이어져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9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0조7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7000억 원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전달(-4조7000억 원)보다는 감소규모가 축소됐지만, 2월 증감액 기준으로는 통계 속보치 작성(2004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금액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98조6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3000억 원이 감소했다. 2014년 1월(-3000억 원) 이후 9년 만에 첫 감소세다.
한은은 주택 매매 및 집단대출 관련 자금수요가 증대됐으나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감소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세자금대출은 2조5000억 원 줄었는데, 2016년 1월 통계편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자금대출 감소폭 확대에 대해 "고금리 부담으로 신규 수요가 줄었고, 대출 상환 등의 영향도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에 월세 전환이 많아지며 전세 거래량이 감소했고,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낮아져 있는 소위 '역전세' 현상이 나타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 2조4000억 원 감소했다. 높은 대출금리, 대출규제(차주단위 DSR 3단계)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됐으나, 전달의 계절요인(상여금 유입 등)이 해소되며 감소 규모는 축소됐다.
그러나 2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83조4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5조2000억 원 늘었다.
전달보다 증가폭은 축소됐지만, 역대 2월 증감액 기준으로 통계 속보치 작성(2009년 6월) 이후 세 번째로 큰 폭 증가다. 역대 최대치는 2021년 2월 8조9000억 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9000억 원, 4조3000억 원 증가했다. 윤 차장은 "대기업의 경우 연말 일시상환분의 재취급 등 전월의 계절요인 소멸 및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대출수요 둔화 등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일부 은행들의 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수신(예금) 잔액은 2220조3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22조3000억 원 늘었다.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 결제성 자금 및 기타금융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21조4000억 원 증가했다. 정기예금은 예금금리 하락 등에 따른 기업·가계 자금 인출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 자금이 유입되면서 2조4000억 원 늘었다.
1월에만 50조4000억 원이 증가했던 자산운용사 수신은 증가폭이 크게 축소돼 2월 한 달간 8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재정집행을 위한 국고자금 유출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가 2조2000억 원 줄었고, 기타펀드(+1조8000억 원), 주식형펀드(+1조2000억 원), 채권형 펀드(+3000억 원)는 증가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