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신사업엔 ‘강속구’ㆍ소통엔 ‘변화구’…‘복합위기 소방수’ 빅4 총수들

입력 2023-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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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사업ㆍ글로벌 인맥 박차
최태원, 사내 소통ㆍ민간 외교 자처
정의선 ‘미 IRA 방지턱 넘기’ 사활
구광모, 실용ㆍ수평 조직문화 선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재계 1세대가 ‘제왕적 카리스마’로 경영의 초석을 다졌다면 재계 2·3세대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장을 직접 누비고 세일즈도 마다치 않는 적극성으로 지금의 복합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4대 그룹 중 가장 왕성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15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이후 국내외에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회장은 약 6개월간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 멕시코·파나마법인,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찾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중동과 동남아시아도 오가며 시장 상황과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유력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온양·천안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삼성SDI 수원사업장 등 5곳의 지방 사업장을 돌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강행군을 했다. 이달에는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 중심기지인 구미 스마트시티를 찾아 제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이 사업장 방문 시 빼놓지 않는 것은 직원들과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직접 듣고 소통하며 함께 멀리 가는 ‘동행 비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성장동력 중 하나인 5G·6G 등 차세대 통신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이 회장이 등산 애호가인 찰리 어건 미국 디시네트워크 회장과 북한산 등반을 한 후 삼성전자는 1조 원이 넘는 5G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SK 총수로서 그룹 현안을 챙기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 등 왕성한 대외 활동도 하고 있다.

SK그룹의 성장 축인 파이낸셜 스토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최 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였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3’과 스페인에서 개최된 ‘MWC 2023’을 찾아 최신 기술 트렌드를 읽고 SK그룹 성장 전략을 재점검했다. 또 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각국을 돌며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수행했다.

최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직원들과 밀착 소통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 것은 물론 대중과의 소통으로 SK그룹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소통 행보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올해 신년회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개최했다. 타운홀 방식의 신년회는 정 회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그룹 최대 현안인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직접 나섰다. 미국과 한국에서 미국 정관계 고위 인사를 직접 만나 유연한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이 IRA 세부 시행령에 상용차 부문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중요한 성과를 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경영 철학으로 내걸었다. 구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소탈하다. 업무 보고나 현장에서 질문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실용주의적 사고가 강해 직급 체계 단순화, 복장 자율화 등 다소 경직됐던 LG그룹에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등 경영진이 젊어지면서 권위보다 수평적인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며 “소통이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는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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