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딛고 이달 들어 규모 늘어
SVB 사태, 미 연준 정책에 영향
금융당국 "환율 변화 모니터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 외화예금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미 연준의 정책 추진 향방에 따라 미 달러화 예금 움직임도 달라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미 달러화 외화예금 잔액은 7일 기준 642억5099만5929달러(약 83조6162억 원)다. 이는 2월 말(624억6795만6573달러·약 81조2708억 원)보다 일주일 새 17억8303만9356달러(약 2조3195억 원) 늘어난 것이다.
미 달러화 외화예금 잔액은 환율이 최고점(1436.6원)을 찍은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치솟았다. 강달러로 인한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인식이 높아지면서 미 달러화 예금 잔액은 작년 10월 말 기준 663억5844만 달러, 11월 말 738억5522만 달러, 12월 말 751억7504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월 말부터 1200원대로 추락하면서 외화예금 잔액도 점차 줄었다. 올해 1월 말 기준 684억9601만 달러, 2월 말 624억6795만 달러로 다소 하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2월 3일 1219.3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를 회복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미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했고, 이는 연준이 예상했던 최종 금리수준보다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의 강경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하면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고, 10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24.2원까지 올랐다.
강달러 영향 속에 미 달러 외환예금 잔액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향후 SVB 파산 사태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0원 내린 1317.00원에 개장해 오후 들어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40원 내린 1301.80원에 마감하며 가까스로 1300원 선을 지켰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원·달러 환율 등에 일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 정부가 SVB와 함께 뉴욕주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도 예금 전액 보증방침을 밝혀 시장이 다소 안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리,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파월 쇼크’로 인한 한·미 간 금리차 확대가 결국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로 자금을 쌓아두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관건은 SVB 파산 사태로 미국의 강력한 긴축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 기존에 쌓아뒀던 자금도 매도해서 원화로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