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샴페인 카펫’과 ‘낡은 드레스’…시상식이 주목받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13 15:49수정 2023-03-1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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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화려한 드레스, 화려한 스타들, 화려한 조명… 온갖 화려함의 무대였던 시상식 레드카펫. 특유의 강렬한 색으로 시상식의 꽃으로 불렸죠.

그런데 그 레드카펫이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선 색다른 색을 입었는데요. 바로 샴페인 색입니다.

오스카에 등장한 샴페인색 카펫

12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는 시상식이 열리기 몇 시가 전부터 할리우드 배우들이 입장을 시작했는데요. 이들은 차에 내려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레드카펫’ 대신 ‘샴페인 색의 레드카펫’ 위를 걸어 들어갔습니다.

아카데미는 1961년부터 매년 시상식장에 레드카펫을 깔아 왔는데요. 빨간색이 아닌 카펫이 깔린 것은 62년 만에 처음이었죠. 주최 측은 카펫을 샴페인 색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노을이 지는 해변처럼 부드러운 색깔을 원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번 카펫 색상 변경은 보그 기고가 리사 러브와 멧 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아빌리가 진행한 것으로 러브는 노을과 어우러지는 샤프란 컬러를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자경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배우들은 은은한 색의 카펫에서 돋보일 수 있는 강렬한 색을 선보였는데요. 샴페인색의 카펫은 여배우들의 화려한 색을 튀지 않게 모두 다 감싸준 듯 보였죠.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에브리씽’의 량쯔충(양자경)은 흰색 드레스와 함께 굵은 웨이브 스타일로 머리를 길게 내리고 반짝이는 티아라 장식과 함께했고요.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였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젤라 바셋은 밝은 보라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죠.

블랙 팬서 주제가 ‘리프트 미 업’으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리한나는 만삭의 배가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이들의 선명한 드레스 색은 바뀐 카펫 위에서 그 화려함을 맘껏 뽐냈죠.

“어디서 봤는데?” 여배우의 드레스 재활용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인 ‘오스카 시상식’에서 등장한 샴페인색 카펫은 보수적인 시상식의 또 다른 파격 행보라는 평가인데요.

기존 익숙한 것들을 바꾸는 것은 결코 ‘단순한 결정’ 그 자체를 뛰어넘기 때문이죠. 시상식 레드카펫만큼이나 ‘파격’으로 비친 행보는 또 있는데요. 바로 여배우들의 ‘재활용 드레스’입니다.

▲케이트 블란쳇 (로이터/연합뉴스)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가장 큰 관심은 아무래도 여배우들의 드레스인데요. 수상·시상하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뽐내는 드레스는 배우들의 자존심이자 패션업계의 눈치싸움인데요.

상을 받은 여배우가 선택한 드레스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광고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죠. 여배우들 또한 자신만을 위한 드레스를 착장할 수 있는 데다 새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것 만으로 수 억 원의 돈을 벌어 들일 수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인데요.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여주인공 정호연이 작년 2월 미 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SAG) 시상식에서 입은 루이뷔통 드레스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날 정호연은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에서 그를 위해 직접 제작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나왔습니다. 원단 위에 크리스털, 구슬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고, 정호연의 부탁으로 댕기 머리 액세서리 또한 세트로 제공했는데요. 정호연은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손에 쥐며 루이뷔통 드레스 또한 돋보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순서를 바꿔버린 여배우가 있는데요. 바로 배우 케이트 블란쳇입니다. 아카데미 영화상을 두 차례나 받은 블란쳇은 최근 시상식에서 색다른 드레스로 주목받았는데요.

최근 영화 ‘타르’로 각종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그는 올 시즌 다양한 시상식의 메인 손님이 됐는데요. 지난달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BAFTA)에서블란쳇은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죠.

그는 “올해는 여성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매년 괄목할 만한 연기로 여성의 경험이 제한됐다는 그동안의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라는 멋진 소감만큼이나 드레스로도 이목을 끌었는데요. 바로 새 드레스가 아닌 과거 착용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블란쳇은 이날 2015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처음 입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블랙 드레스를 입었죠. 그의 ‘낡은 드레스’ 착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달 비평가 협회상 시상식에 참석할 때는 알렉산더 맥퀸 수트를 다시 입었고요. 2020년 ‘제77회 베네치아 영화제’ 레드카펫에서는 2015년 BFI(런던 필름 페스티벌)에서 입은 디자이너 에스테반 코르타자의 의상을 또다시 입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 (로이터/연합뉴스)
블란쳇은 화려한 시상식에서도 얼마든지 입었던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며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패션쇼 의상부터 티셔츠까지 쓰레기 매립지로 갈 이유가 없는 아름다운 옷이 너무 많다”라면서 “오늘의 환경을 위해 아름다운 옷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죠.

블란쳇 외에도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드레스 재활용’은 종종 목격됩니다. 배우 제인 폰다는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와인 컬러의 사브 드레스를 입었는데요. 이 드레스 역시 2014년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선보였던 의상이었습니다.

영국 왕세자빈도 리폼드레스 합류

영국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도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지난달 19일 미들턴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가운을 재활용한 드레스와 스파(SPA) 패션 브랜드의 저렴한 귀걸이를 착용했는데요. 이는 4년 전 같은 시상식에서 착용했던 의상이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이 디자인한 이 드레스를 미들턴은 어깨 부분 장식을 변형하고, 검은색 장갑과 클러치를 매칭해 다른 분위기로 연출했죠.

▲(AP/뉴시스)
미들턴이 드레스를 반복해서 입으며 행사장에 참석하는 건 종종 있었는데요. 2020년 BAFTA 시상식에서도 케이트 미들턴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로열 투어를 하면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착용했던 알렉산더 맥퀸의 롱드레스를 리폼해 입어 화제가 됐죠.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블란쳇은 밝은 파란색의 반짝이는 블라우스를 선보였는데요. 이 의상 또한 타 시상식에서 마주치게 될까요? 블란쳇의 ‘낡은 드레스’도 오스카의 ‘샴페인색 카펫’도…기존의 틀을 깨는 걸음에 따라오는 무한한 관심은 또 당연한 순서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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