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공매도 급증에 속 타는 DB하이텍 주주들

입력 2023-03-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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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다음날 급등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상승분 대거 반납
공매도 거래량도 크게 늘어 주주들 주가 하락 우려
소액주주연대 "분할 협의 결렬, 1차 매수청구 반대 운동 진행"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DB하이텍)

DB하이텍이 팹리스 부문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공매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기존 개인 투자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0일까지 DB하이텍의 평균 공매도량은 8만7389주, 평균 거래대금은 42억8600만 원이다. 2월 거래량 5만7351주, 거래대금 26억9800만 원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DB하이텍의 공매도 거래는 7일 이후 급증했다. 8일 공매도 거래액은 94억 원, 9일과 10일은 각각 81억 원, 71억 원이었다.

7일 DB하이텍은 공시를 통해 자사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했으며, 해당 건은 29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분할기일은 5월 2일이며, 분할설립회사 가칭은 ‘DB팹리스’다.

DB하이텍은 “분할회사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경영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며 “분할 신설회사는 기존 사업부문 중 팹리스를 담당하는 사업부문을 포괄적으로 승계해 전문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분사 작업 검토 중단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번 물적 분할 결정 공시에서 DB하이텍은 신설법인 분할 이후 5년 동안 상장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다만,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상장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같은 날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1000억 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도 추가로 냈다.

물적분할 선언 다음 날인 8일 DB하이텍 주가는 17.26%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13일까지 12.08% 하락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8일 주가 급등은 지난해 말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이 물적분할을 할 때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는데,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본 공매도 투자자에게 빌려준 주식을 회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숏커버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물적분할 공시 후 주가 급등은 지난달 선박 및 파이프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결정한 HLB에게서도 나타났다. HLB는 2월 17일 물적분할 결정 공시 이후 다음 거래일인 20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다시 하락해 상승분을 일부분 반납했다.

DB하이텍 역시 8일 단기 주가 급등 이후 주가 하락과 공매도 급증으로 이어져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물적분할을 악재로 인식 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자 반대로 무산됐던 물적분할을 강행하면서 주주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며 분노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DB하이텍 개인투자자 A 씨는 “물적분할이라는 좋은 재료를 던져줘서 공매도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8일 주가가 좋길래 호재인 줄 알고 추가 매수했는데 더 크게 물렸다”고 하소연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29일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5년 내 비상장’이라는 조건이 절대적이지도 않으며, 5년이 지난 후에는 상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 B 씨는 “분할 찬성의 가능성은 분할 후 상장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야만 있을 것”이라며 “5년 조건은 주주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13일 오전 경기도 부천에 있는 DB하이텍 본사로 찾아가 물적분할 등 주주총회 안건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매수청구 반대 의사 표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13일 물적분할 협상은 결렬됐으므로 주주연대는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이라며 “DB하이텍 물적분할은 매수청구(2차) 단계에서 매수청구 반대 금액이 1500억 원이 넘어야만 무산된다. 현재 물적분할 매수청구 1차 반대 기간이므로 1차에서 1500억 원 미만이면 곧바로 물적분할이 진행되므로 무조건 반대 의사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 측과 논의 도중 고성도 다소 오갔다”며 “금일 유튜브를 통해 사 측과 논의한 내용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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