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 산업에 대해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다”며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지만,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이라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 의장은 2005년 하이브 전신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2013년 방탄소년단을 데뷔시켰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스타가 되면서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외에도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어도어 등 산하 레이블을 통해 엔하이픈, 르세라핌, 세븐틴, 지코, 뉴진스 등을 보유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방 의장은 “요즘에는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회사 내 많은 제작자를 육성해 멀티 레이블 체계를 구축한 것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주요 K팝 회사들의 전 세계 음반·음원 시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2% 미만”이라며 “현재 K팝은 세계 시장에서 골리앗과 같은 메이저 3개 기업(유니버설·소니·워너 등)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고 비유했다.
방 의장은 미국 등 주류 시장에서 K팝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2021년 대비 지난해 K팝 음반의 진입 횟수가 53%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K팝 음반 수출 증가율도 2020년부터 감소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게 되고 저 역시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마켓에서 사업을 펼쳐가면서 K팝의 ‘K’가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봤다”며 “K팝은 문화로서도 산업으로서도 이 ‘K’라는 글자가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축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팝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주류 시장 내 인지도·영향력 확대 △시스템 개선·건강한 경영 도입 △플랫폼 개발 통한 기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방 의장은 “존중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을 K팝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연습생 기간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가는 데 필요한 전인적 인간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필요하다”며 “K팝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종사자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업계가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K팝은 융합의 시대에 계속해서 기존 틀을 깨고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우물 안이 아닌 밖을 바라보며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슈퍼 지식재산권(IP)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기업 자체로서의 지속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SM 인수 시도 무산에 대해서 방 의장은 “인수 결과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되는게 맞는가’라는 고민이 깊었다”며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