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해외 계열사 2080여 곳 중 일본 현지 법인 2% 불과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전자 업체들의 경영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6일 ‘2019년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전자 업체 경영 실적에 미친 영향 분석’ 결과 일본이 강행한 반도체 필수 품목 등의 수출규제가 되레 국내 전자 산업의 경쟁력을 서둘러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CXO연구소는 국내 100대 전자 업체의 경영 실적 분석을 토대로 이같이 풀이했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자 업종에 있는 상위 100곳의 지난 2019년 매출 규모는 271조3460억 원 수준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이듬해인 2020년에는 288조3588억 원으로 6.3% 증가했다. 지난 2021년에는 352조5448억 원으로 2020년과 22.3% 성장했다.
기업별로 삼성전자는 매출이 2019년 154조 원, 2020년 166조 원, 2021년 199조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019년 25조 원, 2020년 30조 원, 2021년 41조 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CXO연구소 측은 "2019년 대비 2021년을 비교해보면 일본의 수출 규제 2년 새 국내 전자 100대 기업의 회사 외형이 30% 정도 증가한 것"이라며 "당초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 업체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세는 매출보다 컸다. 국내 100대 전자 업체의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은 16조9392억 원에서 2020년 28조1131억 원, 2021년에는 50조2011억 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2019년 대비 2021년에 30조 원 넘는 이익이 증가하며 2년새 196.4%나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일본 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증가했다. 한국에 5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33개 일본 주요 기업의 2019년 대비 2021년 매출은 10조746억 원에서 11조3950억 원으로 13.1% 늘었다. 영업이익은 5172억 원에서 7682억 원으로 48.5% 상승했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의 경제 압박 전략은 사실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비대면 사업을 앞당긴 것처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경쟁 비교 우위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의 경쟁력을 더 빨리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CXO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5대그룹의 해외 계열사는 모두 2082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본에 설립한 해외 법인은 45곳으로 5대그룹 전체 해외 법인의 2.2% 수준이었다. 그룹별로 SK가 가장 많은 15곳, LG 14곳, 삼성 8곳, 롯데 5곳, 현대차 3곳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