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월 1227원서 3월 1323원으로 급등
“은행 시스템 리스크 우려 위험회피 심리 자극”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킹달러’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가에선 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시스템리스크 우려를 키우면서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를 점치고 있다. 다만 추후 사태가 잘 봉합될 경우 물가안정세에 따라 하락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새 미국달러선물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는 6.78% 상승했다.
같은 지수를 2배 추종하는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6.59% 올랐고,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6.06% 상승했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자 국내 달러 관련 ETF가 일제히 상승세다. 지난 1월 미국의 물가지표가 물가리스크를 자극하면서 긴축 장기화 우려에 달러가 오른 데 이어 실리콘밸리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진 탓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일 1227.00원에서 지난 10일 1323.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미국 물가와 소비지표가 부진했던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 부실 우려 등이 금융시장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그룹 재무회계 부문에 대한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의 지원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특히 은행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 속에 안전 통화 수요가 계속 이어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SVB에서 출발한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화두로 부상했다”며 "스위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청이 유동성 백스톱을 약속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안전통화인 달러, 엔화에 대한 수요는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지난 22년 10월 크레디트스위스 위기설 당시 스위스 중앙은행은 연준의 스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번 역시 비슷한 흐름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은행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조기에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도 수급상 달러 강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수출 부진에 따라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 적자)보다 큰 규모다.
다만 크레디트스위스 사태의 봉합 여하에 따라 달러 약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연구원은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에 따른 물가안정 시그널과 최고조까지 치닫던 위험회피 심리가 잠시 주춤한 모습은 상승 속도를 제어할 것”이라며 “SVB와 같이 CS사태 역시 잘 마무리 될 경우 물가 안정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어 달러가 하락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