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베어스턴스가 붕괴하고, 그 여파가 9월 리먼브라더스로 번질 때까지 당국은 허둥지둥댔다. 뭘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 도미노 파산, 납세자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냈다. 진단도 서툴렀다. 베어스턴스 붕괴가 경영부실 및 위험 관리 실패의 결과라는 평가가 고개를 들었고, 일부 전문가들은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가 시스템적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15년 후, 대응은 달라졌다. 연준과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파산 후 발빠르게 움직였다. 모든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깜짝 조치도 내놨고, 최장 1년까지 자금을 빌려준다는 카드도 꺼냈다. 비판도 있지만 시장 불안을 달래고 전염을 막는 결정이었음은 분명하다.
스위스중앙은행도 적극 개입에 나섰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자 스위스중앙은행은 540억 달러 지원책을 발표했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이 800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 규모가 GDP의 7%에 달하는 것이다. 승인된 재정 구제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08년 당시에는 문제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도전과제였다. 리먼 브라더스 붕괴로 혼돈에 빠진 은행과 당국들은 대차대조표에 어느 정도의 악성자산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안간힘을 썼다. 지금도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훨씬 덜 복잡하다. 은행들은 MBS를 다루지 않고 지구상 최고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는 국채와 관련이 있다.
금융 환경이 과거와 다른 점은 분명하지만, 타격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은행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예금을 대형은행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이 중소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이다. 지역 경제에 역풍을 초래할 수 있고, 대형은행 집중화가 심화할 수 있다. 충격은 분명하고 피할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애틀랜틱카운슬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