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 최종회에서는 안성훈이 진(眞) 왕관을 쓰는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이날 안성훈은 생계를 위해 가수를 포기했을 때 잊지 않고 찾아와 준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했습니다. 진심 어린 무대에 마스터 총점 1288점, 온라인 응원 투표 700점, 실시간 문자 투표 1500점, 총 3488점을 기록, 이변의 여지 없는 우승을 차지했죠.
안성훈은 3년 전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1’)에도 출전했으나 톱20에서 탈락한 재수생이기에 이번 승리가 더욱 눈길을 끕니다. 그는 ‘미스터트롯2’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1위와 탈락 위기를 오갔던 대표적인 참가자였는데요. 라이벌 매치에서는 일부러 강적을 골라 승부를 걸어 ‘쌈닭’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왕관을 쓴 안성훈, 그는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행복이 되는 가수가 되도록 평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임영웅’이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아직 이를 단언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미스터트롯2’의 화제성과 인기가 지난 시즌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죠.
지난해 12월 첫 방송된 ‘미스터트롯2’는 20.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포문을 열며 트로트 열풍을 재점화했습니다. TV조선이 ‘미스트롯1·2’와 ‘미스터트롯1’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시리즈인 만큼 기존 팬층이 탄탄했죠. 최종 우승자가 발표된 16일에는 시청률 24%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13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까지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록도 지난 시즌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우선 자체 최고 시청률부터 10% 이상 큰 차이가 나는데요.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명실상부 ‘대형 스타’들을 배출한 ‘미스터트롯1’은 첫 회 시청률 12.5%, 시즌2 대비 낮은 수치로 시작해 최종 우승자가 발표된 마지막 회에서는 무려 35.7%를 기록했습니다. 28.6%로 시작해 32.9%로 종영한 ‘미스트롯2’와 비교하더라도, ‘미스터트롯2’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보여줬습니다.
시청률데이터기업 TNMS에 따르면 ‘미스터트롯2’ 첫 방송(2022년 12월 22일)은 451만 명이 시청했고, 결승전 마지막 방송은 483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시청자 수는 32만 명 증가했는데, ‘미스터트롯1’에 비해 매우 작은 증가 폭입니다. ‘미스터트롯1’은 첫 방송(2020년 1월 2일) 219만 명 시청자로 시작해 마지막 방송(2020년 3월 14일)에서는 726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첫 방송 대비 무려 507만 명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결승전 생방송 문자 투표수도 지난 시즌 대비 줄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773만여 건의 문자가 한꺼번에 몰렸는데요. 결승 진출자 7명의 득표수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서버 오류가 발생하며 최종 우승자 발표가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제작진조차 예상치 못한 뜨거운 인기를 보여주며 화제가 됐죠. 그에 비해 시즌2 문자 투표수는 252만여 표로, 시즌1보다 520만여 표가 줄어들며 3분의 1가량으로 토막 난 모습입니다.
콘서트도 시즌1에 비해 아쉽습니다. 5월 5일부터 7일까지 총 3일간 진행하는 전국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은 이달 9일 예매를 시작했는데요. 17일인 현재까지 매진이 불발됐습니다. 전회차 모든 등급의 좌석이 매진에 실패하며, 서울 공연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국 공연의 흥행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즌1은 서울을 포함한 전국 공연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SNS,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티켓값을 몇 배로 붙여 판매하는 암표도 기승을 부렸죠. 그런 암표까지 순식간에 팔려나가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즌1의 대표 스타, 임영웅에 대해서는 “호남평야에서 공연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을 정도입니다.
‘미스터트롯2’는 상향 평준화된 참가자들을 소개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는 방송 측이 내세운 자신감이자 차별점이기도 했죠.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가수 장윤정은 “시즌2 참가자들이 시즌1을 보면서 학습하신 것 같다. 톱7으로만 추리기에는 인재들이 아깝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상배 제작본부장도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준의 무대가 준비돼 있어서 우리로선 최고의 서포트로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게 임무”라고 귀띔해 기대를 높였죠.
실제로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지닌 이들이 다수 등장하며, 지난 시즌보다 상향 평준화된 무대가 꾸려진 건 사실입니다. 이는 각종 방송사 트로트 오디션에서 우승한 출연자들이 대거 집결한 탓인데요. 어떤 면에서는 상향 평준화된 참가자들이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옥석을 가려내며 출연진의 성장을 도모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실력자들의 경합만 강조된 모습이 이어졌죠. ‘그들만의 리그’라는 겁니다.
재도전 참가자 역시 범람하며 신선한 얼굴이 다소 적었고, 임영웅·송가인 같은 대형 스타도 발굴되지 못했죠.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MBN ‘불타는 트롯맨’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외에도 방송 초반 갑작스레 불거진 공정성 논란, 아쉬운 출연진 매력도 등이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거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미스터트롯2’가 큰 낙폭 없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 데에는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명성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미스터트롯2’ 시청률은 소폭 하락한 8회(2월 9일)와 11회(3월 2일)를 제외하고 매회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참가자 논란이 적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경쟁 프로그램인 ‘불타는 트롯맨’의 황영웅 하차 사태뿐 아니라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일 때, ‘미스터트롯2’는 잡음이 적었죠.
스핀오프 공개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한 것도 호평을 얻었습니다. ‘미스터트롯2’는 탈락자를 조명하는 스핀오프 프로그램 ‘한풀이 노래방’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후속 프로그램은 오디션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참가자들의 매력을 선보일 좋은 기회입니다. 앞서 ‘미스터트롯1’ 참가자들이 꾸민 2부작 ‘미스터트롯의 맛’은 시청률 23% 이상을 기록했고, 톱6가 출연한 ‘사랑의 콜센타’는 1년 반 동안 사랑받으며 최고 시청률 23.1%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죠. 예능 ‘뽕숭아 학당’까지 선방하면서 ‘미스터트롯1’의 인기가 지속됐습니다.
‘미스터트롯2’도 ‘미스터트롯2 스페셜 콘서트’를 방영하며 열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5월부터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하죠. 우승자를 포함한 출연진은 향후 후속 프로그램, 단체 공연, 활발한 음원 발표 등으로 매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 같은 활동과 그 성과가 인기를 지속하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겠습니다. 출연진의 활동과 더불어, 기존 형식을 답습하지 않고 신선한 방향을 고민할 제작진 측의 역량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