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본지와 만난 이명진 아루 대표는 ‘스타트업 혹한기’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든,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든 어떤 이유로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버텨야 하는 때가 있고, 지금이 그러한 시기라는 것이다.
펨테크 스타트업 ‘아루’는 여성에게 성 지식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자기만의 방’을 운영한다. 월경ㆍ인유두종 바이러스(HPV)ㆍ성관계처럼 여성이 알고 싶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성 정보를 알려준다. 하반기에는 월경대·월경컵처럼 자체브랜드(PB)상품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아루가 타겟하고 있는 여성용품을 비롯해 라이프 스타일, 임신 관련 기술 등을 포함한 국내 펨테크 시장은 1조 원 규모다.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면 77조 원에 달한다.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루는 지난해 6월 퓨처플레이ㆍ소풍벤처스ㆍ이그나이트엑스엘ㆍ팁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시드 투자 유치의 핵심을 ‘우리 회사의 문제 푸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숫자’를 사용해야 하고, 투자자를 최대한 많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루가 설정한 문제는 ‘여성이 성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이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으로 ‘자기만의 방’을 제시했고, 해당 답변을 투자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유료 구독률ㆍ재구독률 등의 숫자를 제시했다.
그는 “투자자로부터 ‘여성이 정말로 성 지식을 원하나’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5명 중 한 명이 유료 구독 경험이 있다는 수치를 보여줬다”며 “이전에는 회사의 비전을 많이 물어봤다면 혹한기 들어서는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면밀한 지표’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투자자를 만나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회사가 설정한 문제와 푸는 방식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났을 때 설명이 수월해진다”며 “(시드 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이오’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오디션’에 참가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혹한기를 나쁘다고만 보면 안 되지만 이겨내기 위한 전략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신이 취한 전략은 ‘절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입자 수ㆍ이용자 수(MAU) 등을 단순히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에 투자받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루의 경우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PB상품 판매’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에 투자금을 넣을 경우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혹한기인 현재는 마케팅 비용은 최소화하고 주요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모델 구축이 올해 말 마무리 되면 마케팅에 눈을 돌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아껴 썼기 때문에 혹한기라고 불리는 지금에도 자금 상황이 여유로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함께 혹한기를 겪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고단하고 힘들지만 보여주자”며 “아루도 ‘여성을 자유롭게’라는 미션 아래서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