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 모기지유동화증권, 부동산 불안감 커진 듯
전문가, 시스템 리스크 확산 해석은 견제…“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작아”
SVB, CS 사태가 불거지고, 이에 따른 당국 대책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등 고수익 채권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 하이일드 채권 지수 옵션 조정 스프레드’는 SVB 파산 사태 전이었던 6일(현지시각) 3.97이었으나 10일 4.61, 13일 5.03으로 급등했다. 이후 미국 당국의 빠른 대책 발표로 14일 4.74로 하락했으나 CS 파산 우려로 주가가 폭락한 15일 다시 5.20으로 지난해 10월 11일(5.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스프레드 수치가 높을수록 거시 경제 상황이 부정적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뉴욕 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도 마찬가지다. 8일 19.11이었던 VIX는 10일 24.80, 13일 26.52로 지난해 10월 26일(27.2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에는 23.73으로 하락했으나 15일 26.14로 다시 상승한 뒤 16일 22.99로 재하락했다. 다음날에 또 다시 올라 25.51로 마감했다. VIX 지수값이 30을 넘으면 불확실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다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2023년 SVB 사태는 대규모 은행 파산이라는 점은 유사하나 성격이 다르다.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관련 채권 부실화가 원인이었고, SVB 사태는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은행 미실현 손익 급증이 원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이 보유한 모기지 관련 채권 부실화에서 시작된 만큼, SVB 자산 포트폴리오상 투자 증권 대부분이 모기지유동화증권인 점이 부동산발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모기지유동화증권 평가손실이 해당 자산 부실화에서 비롯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있으나 최근 모기지 연체율은 3~4%대며,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압류당한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최근 모기지 시장은 프라임 중심인 정부보증기관 중심으로 재편됐다. 서브프라임 대출 비중이 컸던 2008년과 다르다”고 짚었다.
지속하는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상황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레버리지 비율이 당시 수준으로 높지 않아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99%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오히려 75%로 2000년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추가적인 뱅크런 우려와 금융 불안이 남아있지만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VB가 금융 및 부동산 시스템 리스크로 가기에는 아직은 증거가 불충분하다. 은행이 파산하기는 했지만, 2008년 당시처럼 담보력 자체 훼손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신용을 추가로 더 산출하는 파생상품 레버리지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SVB는 일종의 흑자 부도로 디폴트 등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시스템 영향에 대해서 윤 연구원은 “우리나라 신용 측면에서 연내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긴 하나 이 때문에 은행 등이 신용을 보강하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며 “부동산 구조조정 등 신용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유동성 보조 장치를 잘 마련해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부분에서 위기가 나타날지는 모른다. 이 때문에 이번 SVB 사태에 반응이 컸던 것”이라며 “이는 미국 당국이 수습하는 모습이고, 크레디트스위스 파산 우려가 또 생겼지만, 당장 심각하게 불거진 상황도 아니다. 이에 따른 변동성은 심리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