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라는 편리한 관람 형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기어코 극장으로 나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 아닌, 오직 그 작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전에 본 적 없는 재난 비주얼을 구현했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농구 만화를 대표하는 ‘슬램덩크’에 송태섭 서사를 보완해 돌아왔다. 팬데믹 시기이던 2021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으로 218만 명을 거둔 ‘귀멸의 칼날’ 시리즈 역시 독특한 생김새와 능력을 지닌 요괴를 차례로 처치하는 주인공의 여정으로 사랑받고 있다. 모두 다른 작품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볼거리와 정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지녔다.
영화관이 모여 결성한 한국영화관산업협회가 4월 개봉하는 한국영화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드림’의 개봉을 지원한다고 한다. 연초 선보인 한국 상업영화 ‘영웅’, ‘교섭’, ‘유령’, ‘대외비’ 등이 줄줄이 손익분기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가운데, 개봉을 망설이는 배급사를 격려하는 차원일 것이다. 다만 올해 초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대개 ‘다른 감독이 연출하거나 다른 배우가 출연했어도 결국 비슷했을 것’이라는 시큰둥한 평가를 받았던 점을 떠올리면, 단순히 개봉이 성사된다고 해서 관객의 선택을 끌어낼 수는 없다는 점은 이미 분명해 보인다.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이 말하는 건 비교적 명료하다. 다른 작품으로는 도무지 대리 만족할 수 없는 그 영화만의 독창적이고도 완성도 있는 세계를, 관객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