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메시지 없이 일정 소화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 의미 축소
삼성이 22일 창립 85주년을 조용하게 기념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예년처럼 그룹 창립기념일에 별도의 행사를 치르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특별한 메시지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다.
삼성그룹 창립기념일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한 3월 1일이었다. 이후 1987년 3월 22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제2 창업 선언일을 창립기념일로 지켜오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2017년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삼성물산(상사부문)의 설립일로 의미가 축소됐다.
다만 삼성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매년 11월 1일 본사가 있는 수원사업장에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에 오른 후 글로벌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동분서주하며 ‘뉴삼성’의 기틀을 차곡차곡 다져가고 있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로봇, 차세대 통신,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성장동력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며 국내외에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 ‘M램’ 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M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해 중앙처리장치(CPU) 기능까지 대체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다. 데이터처리 속도가 D램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생산단가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연구소를 두 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봇핏’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로봇사업을 본격화한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대형 수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은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의 반도체칩과과학법(칩스법)에 대한 양국 공동 대응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답했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평소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어떤 문제든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하거나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점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