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가능한데”…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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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오늘(20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내 약국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데 따르는 것인데요.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입니다.

앞서 정부는 올해 1월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자,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쓰거나 벗도록 방역 규제를 완화한 것이죠.

그러나 오늘 출근길, 시민 대다수는 기존대로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렸고, 버스에 탈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죠. 마스크를 벗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일부 시민들은 버스가 도착하자 재빨리 마스크를 착용하고 버스에 탑승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역사에서 빠져나오는 인파 중 대부분의 사람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스크를 벗어 던질 줄 알았는데, 많은 이들이 아직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샙니다. 대체 뭐 때문일까요?

▲(조현호 기자 hyunho@)

“마스크, 최소한의 방어막”…정부도 “혼잡한 대중교통에선 착용 권고”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정부는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착용을 권고했습니다. 출퇴근 시간대 등 혼잡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나, 마트·쇼핑몰 내 개방형 약국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강하게 권고했죠. 마스크 착용이 호흡기 감염병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3년가량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종점을 향해 가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일평균 1만 명 미만 규모를 유지하는 등 완전히 종결되진 않았습니다. 최근 4주간 월요일 기준 확진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2월 27일 4023명, 3월 6일 4295명, 3월 13일 4198명, 3월 20일 3930명으로 새 학기 개학 직후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입니다. 일부 시민들에게 마스크는 여전히 ‘최소한의 방어막’이라는 인식입니다. 마스크가 비말 등을 막아주면서 코로나19뿐 아니라 감기, 독감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학생들 대부분도 여전히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낀 채 수업을 듣는 것뿐 아니라, 체육 수업에서도 학급 절반 이상의 학생이 마스크를 끼고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의 경우 더 어릴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학교에 다녀 이제는 마스크를 벗는 게 더 어색한 상황입니다. 일부 중학생은 마스크를 벗은 자기 외모가 익숙하지 않아 마스크를 그대로 쓰기도 했고, 학부모의 권고대로 쓰고 다니는 학생들도 발견됐습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3학년 교사인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18일 연합뉴스를 통해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자기 얼굴이 부끄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서로 표정이 안 보이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다”며 “지금 아이들은 친구들 이름 외우기도 어려워하고, 짝꿍이랑 붙여 앉게 해도 친구에게 무관심하고 어색해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습인데요. 통근 버스를 타고 판교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 모(26) 씨는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탔는데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이젠 사람들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더 어색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변수는 미세먼지…수도권에서는 비상저감조치까지

이날 마스크 착용의 변수는 ‘미세먼지’였습니다. 미세먼지는 주말에 이어 더 악화했는데요. 추위가 주춤하면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시민들이 마스크를 다시 찾게 된 겁니다.

이날 대기 흐름이 정체돼 미세먼지가 계속 쌓이면서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 등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나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남부는 오전에 ‘매우 나쁨’ 수준으로 높아지기도 했죠.

서울 등 수도권에서 19~20일 이틀 연속 초미세먼지의 일평균 농도가 50㎍/㎥를 넘어서자, 환경부는 2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50㎍/㎥를 넘은 상황에서 이튿날 일 평균 농도도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발령되는데요.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되면 행정·공공기관 운영 사업장을 중심으로 폐기물 소각장 등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은 조업시간을 줄이고 가동률을 낮추죠. 건설공사장에서는 공사 시간이 조정되고, 방진 덮개 등을 활용해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처가 이뤄집니다. 각 시도 조례에 따라 5등급 경유차 운행도 제한되죠. 다만 수도권에서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5등급 경유차 운행을 이미 제한하고 있습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내일도 계속되겠고, 모레 오후 남부지방부터 비가 내리면서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올해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애초 3월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달이고, 나쁨 일수(36㎍/㎥ 이상)도 가장 많은 달입니다. 최근 8년(2015~2022년) 동안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기록된 평균 일수는 12월에 6일, 1·2월에 각각 7일, 3월에는 9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죠.

기상청도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낮 동안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요. 코로나19, 감기 같은 감염병 예방과 더불어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 역시 한동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뉴스)
정부, 일상 회복 계획 이달 말 발표 계획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남은 주요 방역 조치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의료기관 마스크 착용 등 두 가지입니다. △병원 등 의료기관 △요양원 등 감염 취약 시설 △개방돼 있지 않은 일반 약국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고 있죠.

방역당국은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의 조정 여부를 포함한 일상 회복 계획을 검토, 이달 말 발표할 방침입니다. 앞서 당국은 일상 회복을 위한 위기 단계 하향과 감염병 등급 조정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위기관리표준매뉴얼과 감염병예방법 개정 검토를 착수한 바 있는데요. 현재 연령이 높은 노인을 제외하면 연령대별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지 않은 만큼, 단축 또는 해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있는 공간에 대해선 다음 달 이후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논의에 따라 조정이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이달 초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 시점과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의료기관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는 시점도 빨라질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내로 전면 해제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죠.

끝없이 이어지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와 관련한 방역 조치 대부분이 사라지면서 일상 회복도 성큼 다가왔습니다. 다만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격리 의무가 사라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격리가 이뤄지도록 확진자 격리에 대한 강한 권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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