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벼리 정치경제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방 시의원을 하고 있는 한 친구가 대뜸 서울에 왔다며 연락을 했다. 토요일 시청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 참석차 상경한 것이다. 과반 의석을 갖고도 국회 밖에서 싸우려는 것에 의문이 있었지만, 지역위원회에서 강하게 참석을 독려한 데다 단체버스로 우르르 이동하는 상황에서 초선 의원에게 결정권은 없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히는 게 중요하다"던 친구는 말 그대로 대정부 투쟁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 몇 장을 남긴 채 서울을 떠났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꼬집으며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 주먹질에 무게가 실리지 못하고 있다. '민생 4대 폭탄 대응단'을 꾸리는 등 민생정당의 면모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왠지 공허하다. 애써 감추려 해도 지금 민주당이 직면한 과제는 엄연히 '이재명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재명 방탄, 방탄이 지겹긴 한데 그 말이 계속 나온다"는 한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재명 리스크'는 민주당에 치명적이면서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아무리 민생을 챙기고, 광장에 모여 정의를 외치더라도 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전열은 안팎에서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리스크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다. 설령 이 대표가 죄가 없다고 해도 리스크가 아닌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검찰이 없는 사실을 날조해 이 대표를 무리해 기소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미친 칼질'이 앞으로 더 격해질 것이라는 점이야말로 민주당의 리스크다.
이걸 외면하고 밖으로 나가 눈앞의 지지세를 확인하며 힘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안은 점점 더 곪아갈 것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누가 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아서 과거 친문 세력을 결집해보라"는 볼멘소리가 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