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반발해 감행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제기한 WTO 제소를 철회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감행했다.
이들 3개 품목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요한 소재다.
2019년 기준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화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를 약 90%, 불화수소를 약 70%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당시 국내 반도체 등 산업 생태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후 일본은 같은 해 8월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배제했고, 이에 한국은 그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같은 해 11월 한일 양국은 WTO 절차를 잠정 중지하고,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양측 이견으로 한국은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했으며 일본은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중단했다. 최근까지 WTO 제소 진행 상황은 양국의 패널 구성 단계에 정체돼 있었다.
이후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한일 관계에 봄바람이 불며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우리는 WTO 제소를 취하하게 됐다.
산업부는 WTO 제소 철회와 함께 현재 '가의2 지역'에 있는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 지역(화이트리스트)인 '가(현재 가의1) 지역'으로 이동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내달 12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현재 '가의1'과 '가의2'로 되어있는 구분을 '가 지역'으로 통합하는 것이며, 이는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원상 복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국가분류, 즉 화이트리스트 개정을 통한 한국의 화이트국(그룹A) 복귀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 등을 통해 긴밀히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동안 중단됐던 정부 간 협의가 시작됨으로써 양국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과 규모 있는 투자가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라며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고 새로운 통상규범이 형성되는 가운데 교역과 산업구조 측면에서 상호 보완점이 많은 양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