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한국 아닌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인도할 수도
인도 결정 불복해 소송전으로 번지면 국내 송환 더 늦어져
주요 외신 “암호화폐 천재서 ‘수십조 사기’ 도망자로”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가운데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들어가면서 그가 언제 국내로 송환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권 대표는 23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권 대표 일행은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려던 중이었다.
현지 법원은 권 대표에 대해 도주 우려 및 신원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며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 측 변호인은 “(권 대표 등은) 모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며 “이에 따라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답변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권 대표 체포 하루 만에 “(위조 여권을 사용한) 권 대표 등 2명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알렸다.
한국과 미국 등에서 증권 및 가상화폐 사기 행각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대표는 이로써 불법 입국에 의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도 받게 됐다.
법무부는 권 대표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2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함께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법 제42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법률을 위반한 범죄인이 외국에 있는 경우 그 외국에 대하여 범죄인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수 있다.
몬테네그로와 대한민국은 모두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법률과 국제협약에 의거, 권 대표에 대한 송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 역시 권 대표를 각각 증권 및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기소 및 수사 중인 상태라 그에 대한 신병 확보가 어느 나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만일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대표의 신병을 한국이 아닌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인도하기로 한다면, 그를 한국 법정에 세우는 일은 요원해진다.
또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 권 대표 측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국내 송환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해 5월 루나·테라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에 의해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검찰은 권 대표 등 6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AFP통신은 26일 “권 대표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천재’로 묘사됐고 투자자도 줄을 섰지만, 전문가들은 일찍이 암호화폐 ‘테라’가 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지적해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