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최근 4년간 전국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약 4명 중 3은 재수 등을 거친 이른바 ‘N수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2023학년도 정시로 선발된 전국 의대 신입생 5144명 가운데 77.5%인 3984명이 N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생(42.2%), 3수생(21.8%)에 더해 4수 이상도 690명(13.4%)에 달했다. 의대 정시 합격자 중 고3 현역 학생은 21.3%(1096명)에 그쳤다.
의대 쏠림 현상은 지역 쏠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지방대 의학 계열은 전체 입학 인원 중 최소 40%(강원·제주는 20%)를 지역 인재로 선발하게 돼 있지만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의 절반 이상인 55.8%가 서울·경기 출신으로 정시에서는 여전히 서울·대도시 학생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대 선호 경향은 의사 자격증이 주는 안정적 고수입과 정년 걱정이 필요없는 직업적 매력 때문일 것이다. 실제 과학고·영재고 등 특수고에 진학한 학생들도 입학할 때의 사회적 기대와 달리 의대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대 안에서도 외과는 기피되고 성형외과·피부과 등이 선호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의대에 진학했더라도 지방대에서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N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긴 하지만 유독 한 분야에만 인재가 쏠리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의사만 사는 나라는 없다. 다양한 분야에 인재들이 포진해야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다양한 교육정책의 지원과 사회 저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손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