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따른 양극화에…우리도 ‘아미’ 대박친 삼성물산 패션처럼?
“편의점 도시락 먹어도, 빨간 하트(아미 로고)는 자존심이죠.”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20대 A 씨는 비싸진 물가에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학교 식당에서 때운다. 하지만 명품 패션은 포기할 수 없다. 통학 시간 대부분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패션플랫폼에 접속해 최신 유행하는 패션을 검색하는데 할애한다.
불황에 따른 소비 양극화가 현상이 심화되면서 패션대기업들은 너도나도 MZ세대들이 겨냥해 해외 명품 도입에 나서고 있다.
LF는 프랑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빠투(PATOU)’와 수입 및 영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27일 밝혔다. 빠투는 잔 랑방, 가브리엘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천재 패션 디자이너 ‘장 빠투(Jean Patou)’가 패션 하우스를 설립하며 탄생한 브랜드다. 칼 라커펠트, 마크 보앙, 장 폴 고티에,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거물급 디자이너가 거쳐 간 곳으로도 명성이 높다.
1987년을 끝으로 운영이 종료됐지만, 2018년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에서 장 빠투를 인수해 이듬해 ‘빠투’라는 브랜드로 부활시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브랜드 디렉터로 지방시와 까르벵을 거치며 ‘젊은 생로랑’이라 불리는 기욤 앙리(Guillaume Henry)를 임명해 패션업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LF의 디자이너 브랜드 론칭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엔 영국 리버티 백화점과 프랑스 봉막쉐 백화점에 입점한 프랑스 ‘오피신 제너랄’를 수입해 유통했다. 이어 이듬해 프랑스 컨템포러리 여성복 바쉬(Ba&Sh)의 국내 판매에 돌입했다. 같은해 바버와 킨, 티톤브로스 등도 신규 론칭했고, 지난해에는 니치향수 편집숍 브랜드 조보이를 국내 도입했다. 이 브랜드들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전통 명품이 아닌 젊은 층이 선호하는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로 분류된다.
닥스와 헤지스 등 자체 브랜드로 유명한 LF가 연이어 해외 브랜드 론칭에 공 들이는 것은 경기 침체에 따라 품이나 가성비 상품이 잘 팔리는 이른바 ‘소비 양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증감율은 전년대비 20.5%로 전체 매출 증감률 15.7%를 뛰어 넘는다. 카테고리별로는 아동스포츠(23.9%)에 이은 2번째 신장세다.
하지만 LF는 경쟁자로 분류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나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비해 수입 패션 브랜드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분에 매출을 추월당했다. 2019년 만해도 LF(1조8517억원)은 삼성물산 패션부문(1조7320억 원)보다 매출이 1197억 원 높았지만, 2021년에는 261억 원 차이로 간격이 줄더니 지난해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분이 2조10억 원으로 LF(1조9685억 원)를 넘어섰다.
빈폴과 에잇세컨드 등으로 대표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상승세에는 MZ층에게 인기가 높은 해외 브랜드 도입 전략이 있다. 이 회사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인 톰브라운을 비롯해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을 수입해 유통 중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브랜드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보브와 스튜디오톰보이 등 자체 브랜드 외에도 메종마르지엘라와 마르니, 아크네스튜디오, 크롬하츠, 폴스미스, 에르노, 디스퀘어드2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대거 유통하고 있다. 타임과 시스템으로 유명한 한섬 역시 지난해 말 스웨덴 브랜드 ‘토템’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어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Fear of God)’의 아시아 첫 단독 매장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에 내며 해외 디자이너 브랜도 유치에 적극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집중 육성과 MZ세대에 먹힐 새로운 명품 브랜드 발굴은 불황기 패션업체들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