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에 자금 쏠림 현상 심화
중소은행 예금 2000억 달러 감소
대형은행은 670억 달러 증가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터 제공업체 EPFR 자료 분석 결과 이달 미국 MMF에 유입된 자금이 2860억 달러(약 372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MMF는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 곳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주로 1년 미만 단기 국채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시장에 투자한다. 국채와 연준 역레포의 금리가 오르면서 MMF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자금을 빨아들였다.
특히 대형은행 MMF 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렸다. 투자자들이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대형기관으로 갈아타기에 나선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MMF에는 불과 2주 새 520억 달러가 유입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전날인 9일과 비교하면 13% 급증했다. JP모건체이스와 피델리티의 MMF에도 이달 들어 24일까지 각각 약 460억 달러, 370억 달러가 흘러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유입 증가로 22일 기준 미국 MMF 전체 자산은 사상 최대 수준인 5조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자금 이동은 SVB 파산 여파로 은행시스템 불안이 증폭되자 ‘큰손’ 예금자들이 안전처를 찾아 움직이면서 가속이 붙었다.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애시쉬 샤는 “모든 투자자층에서 자금이 MMF로 이동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현금을 지키기 위해 자산을 재분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형은행 MMF로 이동한 자금은 주로 미국 중소은행 예금에서 나온 돈이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전체 은행의 예금은 17조6000억 달러에서 17조5000억 달러로 약 1000억 달러 줄었다. 중소은행 예금이 5조6000억 달러에서 5조4000억 달러로 줄어든 반면 대형 은행 예금은 670억 달러 늘었다.
이런 급격한 자금 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면 건전성 압박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여파로 경기침체에 바짝 다가섰다는 경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