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의 이전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산은 노조는 27일 '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 의결을 저지하고자 경영협의회를 진행하려던 강석훈 회장과 임원들의 출근 저지에 나섰지만, 사측은 이를 피해 외부에서 경영협의회를 열었다.
산은에 따르면 이날 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서울 모처에서 경영협의회를 열고 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을 의결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산은 노조는 산은 내 각 출입구를 막고 강 회장과 부행장에 대한 대한 출근 저지에 나섰다. 애초 이날 오전 10시 산은 내 임원실에서 경영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근길 자체가 막히자 이들은 오전 11시께 서울 외부 모처에서 경영협의회를 열고 안건을 의결했다.
산은 관계자는 "노조로 인해 임원들의 출근길이 막히면서 외부에서 경영협의회를 진행해 금융위로 공문(이전공공기관 지정 방안)이 넘어간 것으로 안다"며 "사실 부산 이전을 위한 초기 단계로 보면 된다. 금융위에서 이전공공기관 지정을 국토부에 제출해야 하고, 그게 심의가 되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이전기관 지정을 고시해야 하는 등 앞으로 갈길이 멀었다"고 설명했다.
산은 노조는 어떠한 노사 협의도 없는 '날치기 통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 노조는 28일 금융위 정문 앞에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금융위 규탄 및 날치기 이전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산은 노조는 "사측은 어떠한 노사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부산 이전을 위한 내부 방침을 작성한 후 직원들의 출근 저지를 피해 은행 밖 모처에서 경영협의회를 개최해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이를 금융위에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노조와의 협의 없는 산은 측의 부산 이전 강행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기어코 국회 동의 없이 꼼수까지 부리며 산은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려 한다"며 "대통령 한 마디에 균발위, 금융위, 강석훈 회장까지 나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과 거래하는 기업의 69.2%, 산은과 거래하는 상장사의 72.2%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현실은 고려한 것이냐"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업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봤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산은 이전이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대통령실 이전을 밀어붙이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며 "대선 전리품 나눠 먹기를 위한 막무가내식 산은 이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