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취업은 대·중견기업보다 감소폭 커…“대학 연계 ‘선취업 후진학’ 모색해야”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6년간 산하 국립마이스터고 관련 예산을 두 배가량 늘렸지만, 취업률은 하락하고 졸업생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직업계고 전반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예산으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도 영향권에 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본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 마이스터고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소속 마이스터고 3곳의 졸업생 평균 취업률은 2017년 92.4%에서 지난해 90.1%로 감소했다. 이 같은 취업률 감소 현상은 부산을 제외한 구미와 전북에서 두드려졌다. 2017년 98.1%의 취업률을 보인 구미전자공고는 지난해 92.7%로 5.4%포인트(p) 감소했고, 전북기계공고의 취업률도 같은 기간 95.2%에서 90.4%로 4.8%p 줄어들었다.
중기부(당시 중소기업청)는 2012년 5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3곳의 국립마이스터고를 이관 받았다. 산학연계를 통해 중소기업 현장 맞춤형 인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현재도 ‘중소기업 인재 지원’이란 사업 목적으로 마이스터고 3개교에 교육과정 운영·관리 등에 필요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 목적에도 최근 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감소가 대·중견기업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부산기계공고의 대·중견기업 취업자 수는 2017년 109명에서 2022년 132명으로 늘어났지만,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143명에서 93명으로 50명 줄어들었다. 전북도 2017년 162명에서 지난해 131명으로 줄어들어 대·중견기업 취업자 수보다 감소 폭이 컸다. 구미의 경우는 지난해 대기업 취업자 수(82명)가 중소기업 취업자 수(41명)의 2배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일반 직업계고와 비교하면 중기부의 국립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아직 90%를 넘어 선방은 하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직업계고 기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최근 6년 동안 마이스터고 예산을 2배가량 늘렸다. 2017년 145억 원이던 예산은 지난해 267억 원으로 커졌다.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12억 원 증액한 279억 원으로 배정됐다.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취업률 감소와 중소기업 취업 기피로 중소기업 인력 지원이란 본래 사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률뿐만 아니라 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의 이탈도 급증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의 재학생 중도 포기 비율은 2021년 2.1%(281명 중 6명)에서 2022년 5.0%(280명 중 14명)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산은 3.7%(295명 중 11명)에서 5.5%(288명 중 16명)로, 전북은 3.0%(264명 중 8명)에서 6.1%(263명 중 16명)로 중도 포기 비율이 증가했다. 마이스터고 재학생들의 중도 포기 주된 사유는 ‘진로변경’이었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중기부 산하 마이스터고뿐만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54개 마이스터고(국립 6개교, 사립 5개교, 공립 43개교)의 취업률은 2010년대 초반 매년 90%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77%로 감소했다.
이와 비교하면 중기부 산하 마이스터고 3교는 선방했다는 것이 중기부 측 설명이다. 다만 예산 투입 대비 취업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일반고 선호 심화 등 전국의 직업계고 전반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예산으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도 영향권에 들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늘어난 예산은 기숙사 등 학교 노후 건물 보수 등에 쓰이고 있다”며 “학생들의 취업 위축을 막기 위해 현장실습과 영재반 운영, 기능대회 출전, 기술 배울 수 있는 방과후학교 등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추락하는 직업계고 취업률을 막기 위해 졸업생들의 취업 후 대학 진학 길을 열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이스터고는 교육 과정이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대학과 연계해 ‘선취업 후진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의 본질은 졸업 후 기업 현장에 취업하는 것이지만 중도 이탈하는 재학생들이나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학생 다수는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다”며 “현장을 다니면서 후 학습 차원에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면 졸업하자마자 이탈하는 경우는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