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금융, 조기상환 예정
보험권 2분기 콜옵션 2조 달해
'제2의 흥국사태' 방지 나서
금융권이 ‘제2의 흥국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 콜옵션(조기상환) 행사에 나서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과정 중 22조 원 상당의 코코본드가 휴지 조각되면서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리스크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발표가 자금경색 위기로 번진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20일 기준 31조5000억 원 규모다. 금융지주가 19조5000억 원, 은행이 12조 원 규모다.
앞서 스위스 금융 당국은 CS 정리 과정에서 22조1000억 원 규모의 CS 발행 코코본드 전액을 상각 처리하도록 했다. 이로써 CS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5일 콜옵션 만기가 되는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2013년 4월 발행)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각각 오는 7월과 11월에 4000억 원, 2000억 원 등 6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다음 달 콜옵션 만기인 1350억 원의 원화 코코본드(2018년 4월 발행)를 조기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콜옵션 행사 계획을 미리 밝혀 시장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도이체방크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확산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월에 4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선제적으로 발행해 추가 조달 없이 중도상환 여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안정적 자본비율과 선제적 유동성 관리를 통해 그동안 콜옵션을 모두 행사해왔고 앞으로도 일관되게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상각되는 경우는 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보통주자본비율이 일정 비율 밑으로 하락하는 경우다. 현재 국내 은행의 경영 상태를 살펴보면 이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부실금융기관대상 평가대상으로 선정되려면 약 19조 원의 자기자본이 감소할 정도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경영개선명령은 은행의 BIS 비율이 2% 이하로 하락할 때 내려지는데 현재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16% 이상이다.
보험업계도 유동성위기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 2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규모가 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관심사는 다음 달 23일 예정된 한화생명의 10억 달러(약 1조2899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상환이다. 올해 예정된 콜옵션 만기금액 중 가장 크다.
KDB생명이 2018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예정일도 5월 21일로 앞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KDB생명을 두고 제2의 흥국생명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을 진행 중이라 차환 발행에 실패해도 별도의 유동성 지원이 나오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 2분기에 고비가 올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제2의 흥국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가만둘 수 없을 것”이라며 “한화생명도 콜옵션을 무조건 상환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당국이 가장 두려운 건 책임론이다. 앞선 관계자는 "또 시장 불안하게 하면 누가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한 뒤 "어떻게해서라도 재발을 막을 것이며, KDB 산업은행과도 긴밀하게 협조 중이다. 산업은행도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도 전날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 한도의 한시적 완화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안정화 조치에 발맞추는 행보다. 다만 이는 보험사들에게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