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와 금 사이의 상관관계가 증가했다는 뉴스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관관계의 경향성 변화가 가상화폐의 본질이나 금과의 관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둘의 가치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비슷한 성격의 자산이 되었다거나,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움직임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인과관계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요동쳐왔다. 상관관계가 상당히 낮았던 시기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던 시기도 있었다.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안정적이라거나 상관관계가 높게만 유지되어온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몇몇 관련 전문가와 언론은 이 ‘동조현상’이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된 증거라 이야기한다. 물론 비트코인이 안정자산 역할을 해준다거나 화폐로서 기능해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을 담아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통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동기화된 추론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전통 자산시장에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이나 투기성이 높지만 수익성도 높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동반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금과 비트코인이 주식과 같은 자산의 대체투자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이런 대체 관계는 금과 가상화폐 사이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져 그 수요가 안정자산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금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 그 수요가 비트코인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비트코인이 금과 같이 안정자산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면 두 자산은 완전 대체의 관계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두 자산이 동시에 주식의 대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과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되었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상대적인 위험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하여 대체투자를 하는 것과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자산을 구매한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자산 확보를 위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디지털 금’에 관한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투자전략 수립 시 참고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뉴스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학술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가격은 그 본질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또 다른 학술연구는 가상화폐 시장이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 전략 등을 사용하는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디지털 금’과 같은 내용을 이슈화하는 주체들의 의도가 시장의 변동성 상승을 통한 수익 창출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뉴스의 표면적 내용에 현혹되기보다는 환경과 본질의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새롭고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는 뉴스는 주목을 받는다. 금이 안정자산이라는 것은 새롭지 않지만,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과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상당히 새롭고 또 놀라울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금 사이의 상관관계 증가가 그 인식의 옳음을 증명해 주지는 못하기에, 해당 뉴스가 ‘디지털 금’에 관한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뉴스가 꽤나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 뉴스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증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